이젠 내가 그즈음이 되었다.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by 샤인오름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뜨거웠던 여름날도 시간의 흐름에 묻혀간다. 어찌나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빛이었는지. 숨이 턱턱 막히는 그 여름날이 왜 그리 더디게 흘러갔는지. 도대체 끝나기는 할는지...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여름날이었다.


역시 계절은 조금 버벅 거리더라도 제 위치를 찾아온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조금씩 벌어지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한낮에도 호흡이 편안해지고 기분 좋은 바람마저 느끼게 되곤 한다.


뜨겁고 힘겨웠던 여름과 사투를 벌이다 보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삶은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기다리는 날은 지루해도 돌아보면 이미 모두 지나간 뒤였다.


지나간 시간이 찰나로 느껴지는 만큼 앞으로의 시간도 마찬가지 일테지... 내가 시작할 날은 무수히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오산이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거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더 이상 생각만 키우지 말고 바로 실행해 보는 것이다. 이리재고 저리재고 생각만 깊어지면 결국은 아무것도 못하고 마는 것이다.




저녁이 되니 제법 바람의 느낌도 스산해지고 해도 일찍 저물어 6시만 돼도 어둑어둑 해진다. 이런 날 이런 풍경에는 친정엄마가 떠오르곤 한다. 엄마는 평생 오롯이 자식들을 위한 삶으로 당신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었다. 어려웠던 시절이었기에 밤낮없이 일을 하며 4남매를 키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여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가정을 이루게 되었고 엄마는 더 이상 생계를 위한 일은 그만해도 되었다. 지금의 내 나이를 지나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그러나 막상 평생 해오던 일을 정리하고 갑자기 할 일 없이 지내는 일상이 엄마는 많이 허전하고 상실감을 느끼게 된 모양이다. 누구도 찾는 사람도 없고 더 이상 당신의 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는 현실을 힘겨워했었다. 엄마의 힘듦을 알면서도 나 살기에 급급해 그런 엄마를 봐줄 여유도 없었고 따뜻하게 대화해 주는 딸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살면서 문득문득 가슴이 아려오곤 한다.




그런 엄마가 안타까워 이제부터는 오롯이 엄마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라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아니면 문화센터에라도 나가서 뭐든 배워보시라고도 했었다. 그러나 언제나 엄마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 나이에 내가 뭘 배울 수 있겠어?"였다.


평생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신 엄마는 당신이 뭘 원했는지 뭘 하고 싶은지 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나 보다. 그렇게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고 하릴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갈팡질팡했던 마음이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60대 초반에 엄마는 위암선고를 받고 말았다. 모두가 깜짝 놀라 엄마를 지극정성으로 케어하고 따뜻하게 보살펴드렸다. 그 정성이 통했는지 잘 이겨내셨고 마침내 완치판정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엄마에게 진심을 담아 따뜻하게 말씀드렸다.


새로 태어났다는 마음으로 엄마를 위한 인생! 엄마에게 좋은 삶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고 했었다. 그러나 엄마의 시선과 마음은 자식들을 향할 뿐이었다. 여전히 당신을 위한 길을 찾는 건 힘들어했다. 평생 자식을 지키고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학습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어느새 80대가 되신 우리 엄마는 여전히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한다. 처음 60대일 때 엄마를 위한 삶을 사셨더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이실까?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80을 넘어선 엄마는 여전히 자식들을 염려하며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몸도 많이 쇠약해지고 걸음걸이도 느려졌다. 그럼에도 살림하나 흐트러짐 없이 부지런하고 깔끔한 성격은 그대로다. 그런 엄마의 삶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제는 내가 그즈음이 되었다. 엄마가 모든 일을 내려놓고 퇴직하게 되었던 그때 그 나이... 다음이라는 것은 없다. 지금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못하는 것 일뿐. 나를 위한 삶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행하며 내일을 준비해야 할 때는 지금 바로 여기서라는 것! 다시 한번 다짐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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