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였기에 가능했던 에피소드

끔찍한 비주얼의 거미와 맞서다

by 샤인오름


어릴 적부터 유난히 벌레에 취약했다.

매미나 고추잠자리 등의 곤충조차도 무섭고 징그러워 손으로 만지는 걸 꺼려했던 나였다.


어떤 벌레든 극도로 무서워하고 꿈틀거리기라도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이 그대로 얼어붙곤 했었더랬다.


하물며 학창 시절엔 여왕개미조차도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당시엔 놀이터도 귀했기에 우리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동네 골목이나 공터 또는 동네 뒷산이었다. 달동네를 따스히 품어주던 산은 키 작은 나무들에 널찍널찍한 바위들이 곳곳에 있어 우리들의 놀이터로는 제격이었다.


그 산에 오르면 여왕개미처럼 몸집이 큰 개미들이 줄지어 행렬을 하기도 했는데 그땐 그 개미들이 어찌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암튼 그랬었던 나였다.




엄마가 되니 그러한 두려움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


큰아이가 편식이 시작되던 때에 다양한 야채를 먹이기 위해 함께 김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뭐든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고 손으로 쪼물딱 거리며 만드는 걸 좋아하기에 주먹밥을 만든다거나 수제비를 함께 만들곤 했다.


아이들에게 앞치마를 입히고 나란히 식탁에 앉힌 다음 맞은편에서 아이들에게 꼬마김밥을 만들 수 있도록 재료를 준비해 주고 함께 즐겁게 만드는 중이었다.


한참 종알종알 떠들며 김밥 마는 것에 집중하던 중 갑자기 다섯 살 큰아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며 커다래진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직감이 들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과 동시에 아이의 시선을 따라 긴장하며 뒤돌아 바닥을 보았다.




끔찍하게 커다란 거미가 떡 하니 우리를 향해 노려보듯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때 당시 우리 집은 공기 좋은 산 밑에 널찍한 마당을 품은 빌라였다. 문을 열어놓은 것도 아니고 창마다 방충망이 야무지게 되어있는데 어디로 어떻게 들어온 건지 눈앞에 거미를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순간 몸이 그대로 얼어붙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었다.


3살 딸아이도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TV 다큐멘터리 나 곤충 관련 책자에서나 본듯한 "타란툴라"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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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들어준 타란튤라-


너무 무서워 온몸에 소름이 돋았으나 더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지켜야만 했다.

평소 같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 남편이 아이들과 곤충채집한다며 사두었던 잠자리 채가 베란다 한편에 있는 게 떠올랐다. 시선은 거미에 둔 채로 서서히 뒷걸음질 치며 베란다를 향했고 엄마가 멀어지자 두 아이들은 곧바로 돌고래 울음소리로 비명에 가깝게 터졌고 아이들 울음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거미는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들을 달래며 가까스로 잠자리채를 들고 왔지만 도무지 잡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거미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그 커다랗고 털이 가득하고 뚝뚝 꺾인 많은 다리들을 양옆으로 떡하니 지탱하고 서있는 거미를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다.


나 역시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놀란 아이들을 달래 가며 어떻게든 거미를 밖으로 내보내야만 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채를 최대한 멀리 잡고 살금살금 다가가 포획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잠자리채에 가두는 건 성공했으나 다음 작업을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갇힌 거미는 전혀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그냥 버티는 것이다.


어찌나 팔에 힘을 주었는지 쥐가 날 것 같은 상황에 최대한 틈이 생기지 않도록 질질 끌고 나가 밖으로 내보내기까지 성공했다. 밖으로 내보내고 현관문을 닫는 순간 긴장이 풀린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무사히 거미를 방생하고 나니 비로소 아이들도 울음을 그쳤고 폭풍 질문들이 쏟아졌다. 난생처음 보는 끔찍하게 무서운 비주얼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3살 5살 아이들은 끊임없는 질문을 쏟아낼 만도 했다.


나 역시도 실제로 난생처음 보는 거미였다. 거미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으니 두렵기 그지없던 거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사람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라는 거였다. 암튼 해결은 했고 다행히 독이 없는 거미였지만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심지어 바퀴벌레 등 혐오스러운 벌레들의 천적이라는 말을 듣고 아무런 해가 되지도 않고 오히려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착한 거미라는 거에 웃음이 피식 나오더라.


곤충이나 벌레에 취약했던 내가, 하다못해 몸집이 커다란 개미를 보고도 무서워 발걸음을 떼지 못했던 내가 해낸 것이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할 수 없었을 게다. 엄마였기에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모성애로 가능했던 일이다.


그때의 충격적인 거미의 모습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생생한가 보다.


아이들도 그 사건을 어렴풋이 기억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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