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이 높아진 아이

남편의 지혜로움으로 해결하다.

by 샤인오름

큰아이가 일곱 살 되던 해에 초등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계획했다. 학교 주변으로 여러 형태의 집을 보았으나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기 힘들다. 내 집 마련의 계획은 없었고 전세매물로 나온 집을 찾았으나 결정이 힘든 현실이었다. 여러모로 고민하다가 신축빌라를 선택했다.


많은 고심 끝에 좀 무리가 되었지만 허리띠 졸라매보기로 하고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둘째가 태어나고 쭉 살던 빌라는 공기 좋고 넓은 집이라 살기엔 더없이 좋았지만 산 밑에 있는 빌라였기에 언덕길을 넘어 다녀야만 했다.


남편이 함께 할 때라면 자차로 이동하니 별문제 없었지만 남편 출근 후 아이들과 외출할 땐 마을버스를 이용하거나 걸어 다녀야 했기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처음 내 집 마련을 하게 된 것도 꿈만 같았고 더욱이 새로 지어진 신축은 더없는 설렘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조용한 동네에 초등학교 바로 옆이었고 무엇보다 평지라는 것이 가장 좋았다. 새로운 우리의 보금자리는 아이들을 키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모든 환경은 좋아졌으나 큰아이에게 갑작스러운 분리불안증이 생기고 무서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안심을 시키고 달래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어도 날이 갈수록 아이의 불안증은 더해만 갔다. 심지어는 잠깐 쓰레기 버리러 가는 동안 잠시 혼자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화장실조차도 혼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기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당황스럽고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아이에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고 아이도 새집을 좋아했으나 마음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새로운 곳으로 오니 낯설어서 그런가 싶어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면 괜찮을 거라며 아이를 위로하면서 하루하루 견뎌야만 했다.


동네에 익숙해지기 위해 낮이면 아이들과 동네 곳곳을 탐방하기도 하고 둘레길을 오르기도 하며 동네에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갔다. 다행히 서서히 분리불안은 잦아드는듯했다. 그러나 새로운 불안이 생기기 시작한다.




밤이면 편히 잠이 들지 못한다. 밤이 되면 무섭다며 조명도 끄지 못하게 한다. 어둠 속에 벽에 걸린 옷가지들이나 가방을 보고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뭐가 무서운지 어떤 두려움인지 물으니 누군가가 총을 들고 들어 올 것 같다며 울먹이기 일쑤였다.


도무지 왜 그런 두려움이 생긴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낮엔 누구보다 잘 뛰어놀고 해맑은 아이다. 그 어떤 문제도 없어 보인다. 밤만 되면 무서움에 떨고 품 안으로 파고드는 날이 계속되었다.


원인 모를 불안으로 힘든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 따뜻하게 안아주다가도 멈추지 않는 모습에 지쳐가니 짜증이 올라오기도 한다. 깊은 밤까지 잠 못 드는 아이를 끌어안고 잠을 설쳐야 하니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아이에게 마냥 너그러울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 밤 그날도 역시 아이는 조명을 끄지 말라며 운다. 괜찮아 엄마가 안아줄게라고 해도 막무가내인 아이와 결국 옥신각신하게 되었다. 남편이 작정한 듯 아이를 다정하게 부르고 품에 안고는 아빠의 굵직하고 따뜻한 음성으로 말한다.


"우리 아들 무서웠구나! 그래 그럴 수 있어! 아빠도 가끔 무서울 때가 있거든, 이렇게 힘세고 덩치 큰 아빠도 무서울 때가 있는데 너처럼 작은 아이가 무서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지!" 하며 아들을 이해한 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아무 말 없이 아이가 진정하기를 기다려줬다가 다시 말한다. "무섭다고 해서 그 일이 생기는 건 아니야. 봐! 괜찮잖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래도 무서우면 아빠 품으로 오면 돼"라고 말해주는 거다.


그 순간 아이의 눈빛이 따뜻하게 빛났다. 남편의 묵직하고 따뜻한 음성은 나 역시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듯하다. 신기했다. 아빠의 따뜻한 위로 한마디로 아이의 불안증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다.


어찌 해결해야 할지 어떤 방법을 써도 나아지지 않는 아이의 불안증이었다. 사그라지지 않는 아이의 불안증으로 나조차도 불안이 증폭되어가고 있었는데 지혜로운 남편의 대처로 잘 해결되어 가는 모습에 뭉클한 시간이었다.





"그렇구나! 무서웠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마음을 읽어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던 나는 달래고 타이르다가 그래도 안되면 지치는 마음에 한숨을 쉬곤 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데? 엄마가 옆에 있는데 왜 무서운 거야?" 라며 아이를 다그치게 돼 곤 했었다.


공감과 인정이 빠져있으니 아이의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던 것임을 지혜로운 남편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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