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강박이 아이에게로

삐뚤어진 카펫

by 샤인오름

육아에 정성을 다하며 나에게는 새로운 강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언제나 쓸고 닦고 정리하는 것이 몸에 밴 나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아무리 몸이 힘들고 지쳐도 나의 손과 발은 습관처럼 움직였고 시선은 늘 온 집안을 바쁘게 따라다녔다.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장난감하나 그대로 두는 법이 없다. 실컷 놀고 아이들 재우고 치워도 될 것을 왜 그땐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 하나 갖고 놀다 내려놓고 또 다른 장난감을 꺼내면 이미 내려놓은 장난감은 제자리를 찾아줘야만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물고 빨았던 용품은 매일 그 즉시 소독과 세탁을 해야 했고 모든 환경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야만 했다. 아이들이 보던 책도 흩트러짐이 없어야 했다. 순서까지 정확하게 꼽아놔야만 했고 카페트 조차 삐뚤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 강박적인 행동은 날이 갈수록 범위가 넓혀졌다. 주방에서도 모든 그릇이 일렬로 보기 좋게 정리되어야 했으며 물컵하나조차도 삐뚤 빼뚤하게 놓인 것이 용납이 안되었다.


집안 모든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했고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며 깨끗한 환경을 지켜줘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른 행동들이 점점 확장되어 가고 급기야 강박에 빠져버리게 된 거다.




또래아이들을 키우는 시누이와 자주 서로의 집을 오가곤 했다. 시누이는 나와는 정 반대의 성격이었다. 기본적인 정리정돈도 전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아이들은 막 키워야 한다며 주변 환경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제나 어수선한 환경에 마구 어지럽혀진 아이들 용품으로 발 디딜 틈도 없는 환경은 늘 신경을 거슬리곤 했다. 편치 않은 마음에 오래 있을 수도 없다. 오래 머물기 싫으면 그냥 오면 될 일이다.


하루는 아이들과 놀다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후로 그 집에 가길 꺼려했고 발길이 뜸해지자 시누이는 주말이면 자연스레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곤 했다.


아이들의 행동반경을 자유롭게 두는 시누이의 육아스타일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잘 정리되어 있는 장난감 상자를 굳이 방마다 끌고 가서 다 쏟아놓고 논다.


그뿐이랴 과자며 간식거리들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도 어떤 제재도 없이 흐뭇하게 지켜보는 시누이의 행동은 나와는 너무 다른 성향으로 힘든 관계가 되었다.


주말 온종일 그 모습을 봐야만 했고 심지어 갈 때조차 정리하나 하지 않고 언니 미안, 애들이 다 그렇지 뭐~! 하고 까르르 웃으며 가는 시누이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시누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날은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온 집안을 헤집으며 놀다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낮잠이 들었다. 한숨 돌리고자 커피 한잔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큰아이가 자다 깨서 울먹거린다.


꿈을 꾼 줄 알고 안아서 달래는데 아이는 뭔가 계속 불편해 보인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시누이 큰딸아이가 놀다가 카페트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카페트 한쪽이 접힌 채로 그 위에서 잠이 든 것이다.


삐뚤어지고 접힌 카페트 한 부분이 아이는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괜찮다고 해도 계속 투정 부리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달랠수록 더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결국은 잠든 아이를 옮겨 눕히고 카펫을 반듯하게 정리를 하고 나서야 진정이 되는 거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나의 강박이 저 어린아이의 마음 한 부분까지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되짚어볼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니 나와 같은 강박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거다. 책상 위에 놓인 연필 한 자루도 그냥 굴러다니는 것을 힘들어하고 욕실에서 씻을 때도 샴푸와 바디워시등 뭐든 항상 똑같은 자리에 있어야 편안해하는 아이를 보게 된 것이다.


엄마의 지독한 깔끔함과 정리습관이 아이를 숨 막히게 했던 건 아닐까? 겁이 덜컥 나는 시점이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며 평소 내 모습을 더 정확하게 보게 되었고 나조차도 지독히 꽉 막혔던 습관이었음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 의도적으로 느슨해지는 노력을 기울여갔다. 일부러 아이들 책도 책꽂이에 꽃지 않았으며 장난감도 하루정도는 흩트러진채로 놓아보기도 했다.


절대 안 돼하며 정리를 해야만 했었지만 그냥 놔둔다고 해서 뭐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바로바로 치우고 정리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괜찮은 거다.


쉽지 않은 일들이었지만 마음 한 편을 내려놓으니 또 그리 못 할 일도 아니었다.


처음엔 정리되지 않은 물건을 보며 아이가 먼저 들고 가서 정리하곤 하더니 엄마의 태도가 바뀌어가는 모습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보여주니 서서히 아이의 불편함도 사라지게 되었다.


뭐든 완벽하게 잘하려고 했던 것들이 오히려 아이를 불안정하게 하고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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