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일구며 마음을 회복해 가다.

-내 마음을 되찾다.

by 샤인오름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행복과 원인 모를 불안과 힘겨운 육아로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예민해지는 성격 등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여 즐거웠다가 슬퍼졌다가 짜증을 내기도 하고 자책하는 시간들로 하루하루가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사와 육아로 하루하루가 빽빽하게 채워진 나는 시댁에서 챙겨야 할 일까지 내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자꾸 맞닥뜨리게 된다.


까칠하신 시아버님의 수발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사사건건 간섭과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내가 해내야만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든 일중 하나였다. 시댁 식구들은 물론 남편도 나 몰라라 하는 일들을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것처럼 떠안고 괴로워한다.


나의 정돈되지 않은 감정들이 뒤섞여 정신이 피폐해지고 날카로워지는 나를 컨트롤 하지 못하니 위태로운 날들이 되고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나를 위해 동생네 부부가 특단의 조치로 뭔가 꾸미기 시작했다.

빌라 앞마당 한편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 공간을 구성하고 흙을 메워 훌륭한 공간이 탄생하였다. 방울토마토, 고추, 오이, 가지, 파프리카 등의 모종을 심어 키울 수 있도록 꾸며주었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일구며 마음을 쏟아보라고 직접 마련해준 마음이 고마워 정성을 들여 가꾸다 보니 어느새 집중하게 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텃밭의 기운이 마음에 와닿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함께 물조리개에 물을 가득 채워 텃밭에 물을 주고 흙을 만지며 각 모종의 변화를 보는 것은 우리에겐 소중하고 즐거운 일과로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엔 싹이 올라오고 며칠이 지나자,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열매를 맺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작물들을 보며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하는 모습에 새로운 에너지를 받게 되곤 한다.


한곳에 집중하고 변화를 지켜보며 달라지는 결과물들을 보는 것은 어느 덧 피폐해진 나의 마음마저도 길러주었나 보다. 그렇게 아이들과 텃밭을 일구는 일상에서 나는 서서히 우울증을 극복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울어대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창을 타고 들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의 결이 느껴졌으며 마음에는 희망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밤새 쿨쿨 자고 일어난 아이들의 해 맑은 미소는 내 마음을 환히 비춰주는 빛이 되었고 더 이상 두렵거나 불안한 감정들은 사라지고 있었다.


내 마음이 편해지니 나를 둘러싼 환경들도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내 마음의 그릇에 따라 행불행이 결정되는 것임을 느껴간다. 서서히 나를 짓누르던 원인 모를 불안감도 서서히 걷히고 마음을 지배하던 두려움도 사라져가니 나의 일상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내면에 단단한 힘이 생기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늘 시아버지로 인해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성향이 전혀 맞지 않는 시댁 식구들과의 자리는 늘 불편하게 여겨졌으며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져 함께 해야 하는 날들은 속이 불편하여 체하기 일쑤였다.


늘 그들이 문제라 여겼었다. 그들로 인해 내가 괴롭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마음이 곧아지고 평정심을 찾게 되니 보였던 모습들과 생각했던 방향 들이 다르게 해석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틀렸고 내가 맞았던 것이 아니고 역시 그들이 맞고 내가 틀렸던 것도 아니다. 예민해진 성격에 그 상황에선 나는 자연스레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을 세워 마치 싸움닭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라도 걸리기만 해봐라! 라며 마음에 날을 세우고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나보다. 차라리 마음 터놓고 진짜로 싸우기라도 했으면 달라졌을까? 실제 행동으로는 실행하지도 못하면서 마음으로 상상으로 늘 싸우고 윽박지르고 있으니, 몸이 성할리가 없었다.


그러니 뭐든 곱게 보일 리도 없고 따뜻한 시선을 나눌 여유도 없었던 거다. 나의 내면이 단단해지니 똑같은 환경이 다르게 해석이 된다. 누군가가 옳고 누군가가 틀렸던 것이 아니다. 단지 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감정에 따라 잘잘못을 따지고 선을 긋고 힘들어했다.


텃밭을 일구고 흙을 만지는 단순한 행동에서 참으로 많은 위안과 격려를 받게 된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일구는 텃밭에서 매일의 변화와 수확의 기쁨들로 그렇게 나는 치유되고 있었나보다.




내 마음이 달라지고 말이 달라지니 자연스레 관계들도 부드러워지고 한결 삶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뭐든 마음먹기 달려 있는 것이다. 마음이 괴로운 것은 주변 환경이 아니고 타인이 아니다.


나의 마음 방향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내가 어떤 부분에 취약하고 또 어떤 부분에 강한지 무엇을 할 때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지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의 취약점과 강인한 점을 정확하게 바라보게 되니 힘들게 느껴졌던 주변 사람들과 상황들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고 이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삶이 괴롭고 타인으로 인해 내가 힘들다는 생각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뿐 나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나의 마음을 바꾸니 환경은 자연스레 편안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삶이 여유로워지고 행복이 스며드는 일상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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