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ny Nov 07. 2021

입술을 살짝 닫고  그 사이로 바람을 푸르르

입술을 살짝 닫고 그 사이로 바람을 불면 이런 소리가 난다.

"푸르르"



문득 당신이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을 하는 나 발견했다.

당신이 떠나간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흔적은 이렇게 기척 없이 나를 불쑥 찾아오곤 한다.


  

세상 모든 것이 당신으로 귀결될 때가 있었다.  

어딜 가도 당신의 모습이 보였고,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으며 그럴 때마다 내 입술은 조용히 당신을 되뇌었다.



나는 아직도 당신과 닮은 사람을 보고선 흠칫하며

놀란 가슴을 토닥이고 당신과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서성이다 집에 오곤 한다.


  

몇 번의 계절이 반복되며 몇 번의 짧은 사랑이 찾아오고 다시 떠나가곤 했지만 냥, 괜찮았다.

하지만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된다는 것, 당신이 그저 흘러간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 흩날리는 것 아직 괜찮지가 않다.


   

무성했던 초록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나는 습관적으로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 사이로 바람을 불어 본다.



"푸르르"





The blower's daughter - Damien Rice

https://www.youtube.com/watch?v=DpNa6b61da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