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ing old.
미용실에 가면 시작 전 보통 2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머리 자르신진 얼마됬나요?" 보통 1달반에 한번쯤 미용실에 가는 나는, 지난 1월초에 이어 늘 가는 동네의 조그만 미용실로 발길을 돌렸다. 주인 원장과 여자 3, 남자 1명의 헤어디자이너들이 있는 이곳은, 내가 돈 안되는 컷트 손님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중요하고 비싼 파마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인지 단 한번도 내 머리를 잘라준 적 없는 주인 원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이 맘에 드는 점은 소속 헤어디자이너들이 내 머리를 가지고 귀엽거나 예쁜 결과물을 빠르게 뽑아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근처 브랜드 미용실보다 25%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라고나할까. (이게 제 1이유겠군.) 여튼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가성비'로 봤을때 만족감이 큰 곳이다. 오늘은 간만에 덜 붐비는 시간대인 오후 3시에 가서인지, 원장 바로 밑의 넘버 2 언니가 내 머리를 잘라주었다. (이 분에게서 머리를 자른 적도 작년에 딱 한번) 역시 재야의 고수답게 빠르고 정확하면서도 믿음이 가는 손길로 내 머리카락을 쓱싹쓱싹 만지고 나서 머리도 감겨주고 마무리로 또 이곳저곳 삭삭삭하고나서 돈을 지불하고 나를 후다닥 미용실 밖으로 보내주셨다.
집에 돌아와 문득, 미용실에서 있었던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감정적으로 마이너스의 느낌을 갖게 되는 하나의 순간을 기억해 내었다. 눈이 많이 나쁜 나는 헤어디자이너 언니의 작업이 다 끝나고서야 결과물을 확인하게 되는데, 오늘은 밝은 날씨 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머리 왼쪽면에 꽤많이 자란 하얀 새치들을 보고 순간 답답함이 밀려왔다.
늘어가는 새치를 볼 때마다 대머리가 아니니 조상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조크하며 넘기곤 했었는데, 오늘의 새치는 이미 하나의 군락을 이루고 곧 들이닥칠 새로운 시대를 선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젊다면 젊은 나이이고, 또 늙었다면 늙은 나이인 애매한 나이대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일종의 sign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노화로의 초대장.
아주 예전 프랑스와 유럽 영화를 즐겨 보던 시절. 은발과 회색빛머리의 남자 배우들이 그렇게 멋져 보였었고 언젠가 나도 그네들처럼 여우빛갈의 우아한 머리를 얹고 다니라라고 동경하곤 했었는데, 나이와 함께 올라오는 나의 '새치'는 어린시절 초등학교 손 빗자루 같은 초라한 형태로 나를 휘감아가고있다.
어제는 우리 아들의 2번째 생일날이었다. 두돌. 어제에 이어 오늘도 2번째 생일 파티가 벌어졌다.
아이는 정말로 신기한 존재이다. '새치'로 대표되는 세월의 무게감과 울적함은, 케잌 위에 활활 타고 있는 불 (아기말로는 '앗뜨')을 향해 연신 "후우-"를 외치는 꼬마 아들의 활기찬 작은 몸짓속에서, 꺼져버린 촛불과 함께 까맣게 사라져 버렸다.
사랑한다 아들. 고맙고, 생일 축하해.
아빠랑 오래오래 잘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