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는 법은 없다
학회에 따르면 임신 전 "정상 체중"이었을 경우 임신 중 총 11.3~15.9kg 증가를 권고한다*. 조산사 선생님께서는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한다면 10kg까지만 찌우라고 했다. 아무래도 체중이 불어날수록 체력도 떨어지고 산도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 말기의 체중이 일주일에 500g 이상 갑자기 늘면 여러 산과적 합병증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연주의 출산이 힘들어진다. 나는 첫째 임신 중 12kg이 불었다. 자연주의 출산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둘째 임신 확인 당시의 내 체중은 첫째 임신 확인 때와 같았다. 둘째는 딱 10kg만 늘려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둘째 임신 중에는 체중이 더 빨리, 더 많이 증가하고 출산 후 살을 빼기도 힘들다고 했다. 나는 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궁금했고 나도 그렇게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kg만 증가하면 자연주의 출산이 더 쉬워질까 경험해 보고 싶었다.
임신 초~중기에는 거의 체중이 늘지 않다가 임신 후기에 조금씩 늘어서 막달 진입했을 무렵에는 7kg이 증가했다. 코로나 19 때문에 바깥 활동을 못해서 첫째 때보다 운동을 훨씬 덜 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첫째 낳고 시작한 채식 덕분인지 특별히 식사량을 조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체중 조절이 쉽게 됐다. 병원 검진 갈 때마다 각종 검사를 할 때마다 아기와 나 모두가 건강한 것을 확인했다. 전반적으로 컨디션도 좋았고 마음도 편했다.
나의 출산예정일은 추석연휴가 지나자마자인 2020년 10월 5일이었다. 출산을 하고 나면 당분간 외식도 못하고 모유수유 때문에 매운 것도 못 먹으니 실컷 먹어 두자 싶어서 연휴 내내 맛있는 비건 음식을 먹고 즐겼더니 일주일 만에 2kg가 불어났다. 그래서 총 9kg 증량하고 출산하게 되었다. 에필로그에서 자세한 출산 후기를 썼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째 출산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잘 낳았다. 출산 후 체력 저하도 심하지 않았고 빠르게 회복해서 임신 전 체중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둘째 임신은 이렇다 카더라~라는 말을 하는 걸까? 두 번째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내가 찾은 답은 이렇다. 첫째, 첫 번째 임신 중 증량한 체중을 미처 다 못 빼고 두 번째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터울이 1~2년으로 짧은 경우에 흔히 그렇다. 아무래도 출발점이 다르면 도착점도 다를 확률이 높다. 두 번째, 나이가 더 들었기 때문이다. 터울이 3년 이상이고 시작 몸무게가 같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슬프게도) 노화가 조금 더 진행된다. 근육량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체지방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같은 몸무게라도 몸의 구성은 달라지게 된다.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지키려고 특별한 노력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이런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 두 번째 임신 중에는 체중 증가도 더 많고 출산 후 체중감량도 더딜 수가 있다. 세 번째, 가중된 육아노동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하나 있는 것과 둘이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둘째 임신 중에도 첫째 아이를 돌봐야 하고, 출산 후에는 두 아이를 돌봐야 한다. 체중관리는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에 둘째 출산에 대한 속설이 탄생한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라는 법은 없다. 우선, 둘째 임신을 계획하기 전 첫째 임신 중 증가한 체중을 다 감량하면 좋다.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체중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도 좋아져서 건강한 임신을 준비할 수 있다. 회원들 중에서도 나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임신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리고 출산 후에는 끌어다 받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도움을 받아서 나의 힘듦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산후회복 운동을 할 여력도 생기고 내 몸에 좋은 음식이 뭘까 생각을 하며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나는 둘째 가정 출산 직후부터 4주 동안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산후도우미)를 이용했고, 매달 1회 이용하던 가사도우미를 2회로 늘렸다. 주 3~4회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오셔서 첫째 육아를 도와주셨고 남편도 좋아하던 주짓수도 3달 동안 포기하고 가사와 육아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나는 모유수유와 회복에만 힘쓸 수 있었다. 각자가 상황이 다르겠지만 자신은 스스로가 돌봐야 한다. 그렇게 육체적 정신적 여력을 만들면 제대로 회복할 수 있고 체중을 감량하기도 더 수월하다.
사람들이 '둘째 임신 중에는 살이 더 찐다', '둘째 낳고는 살이 잘 안빠진다'는 말을 했을 때 나도 은연중에 걱정이되었다. 첫째 낳고는 빨리 잘 회복하는 것을 넘어 인생 몸매를 갱신 할 수 있었지만 둘째 낳고도 그럴 수 있을 지는 나도 장담 할 수 없었다. 임신 중에는 타인의 말에 더 쉽게 동요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말만 받아들이려고 내뱉으려고 노력했다. 말에는 정말 힘이 있었다. 나와 아기를 긍정과 믿음으로 무장시키니 내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출처: 임산부 비만관리 가이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산부인과학회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