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칵, 눈물을 터트리면 행복한 기적이 쏟아진다.
드디어 5월 9일,
저의 데뷔작이자 첫 번째 장편소설
'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가
출간되었어요.
소리~ 지르지 말고 박수쳐!
저번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초고를 쓴 건 2021년 5월이었고
밀리의 서재에서 그해 말에 전자책으로 출간되었고 꼬박 2년이란 시간이 걸려서
종이책을 받게 되었네요.
등단도 안 한 작가가...
글도 배운 적이 없는 작가가...
단편 하나 써본 적이 없는 작가가...
습작으로 시작해 장편으로 데뷔라니...
그것도 브런치에 연재해 놓은걸
밀리의 서재 편집자가 발견하고
후에 다산북스라는 대형출판사에서 책을 냈다니...
진짜 운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운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밍도 좋았고요.
하지만 부족한 실력 탓에 결코 쉽지는 않았어요.
부끄럽지만 수많은 날들
이 소설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살짝 공개하려고 해요.
처음에는 이런 그림을 그려봤어요.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눈물을 관리하는
눈물관리청 내부에 모습을 그려보며 시작했죠.
총 8개의 수증기터널로 이루어진
눈물관리청은 중앙 분수대를 기준으로
오른쪽 A동은 눈물 트레이닝 센터,
왼쪽 B동은 특수 눈물 처리국으로 나뉘어요.
1번 수증기 터널은 신규 트레이닝 센터
2번 수증기 터널은 상황극 세트장
3번 수증기 터널은 감정이입 영화관
5번 수증기 터널은 사회복지부
6번 수증기 터널은 저당 감정 및 도난 신분 회복실
7번 수증기 터널은 기체 눈물 실험실
8번 수증기 터널은 눈물 범죄 수사과
복잡하고 많기도 하죠?
초보 작가 주제에
세계관 넓히는 실력 하나만큼은 대범했네요.
저는 판이라도 키워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나 봐요;;
여기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알아채셨나요?
4번 수증기 터널이 빠졌죠?
4번 수증기 터널은 혹시나.
그러니까 혹시나에요.
혹시나 책이 잘 팔려서
독자님들이 목소리를 한데 모아
'제발 2권 좀 내주세요.' 하게 되면
공개될 예정입니다.
흠... 그런 기회가 없다면
4번 수증기 터널의 행방은
영원히 비밀에 묻히게 될 거예요
흑흑
그렇게 초고를 완성한 저는
브런치에 10화로 나누어 업로드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해 (2021년)
밀리의 서재 X 브런치가 함께하는
공모전에 이 작품을 응모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또르르... 그대로 미끄러졌어요.
그래… 나같은 초보가 무슨….
좌절이었죠.
그런데 3개월이 지나고 메일 한 통을 받게 됩니다.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기다린다는 전설의 그 메일이
제게도 도착한 것이었죠.
여기서 또 눈썰미 있으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원래 제목이 <눈물로 결제할게요> 였단 사실을요.
새삼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저에겐
너무 생소한 제목이네요.
시간이 그만큼 오래 흘렀나 봐요.
2021년 7월
저는 밀리의 서재와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2월의 마지막날인 31일
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전자책을 출간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밀리의 서재 메인에도 노출이 됐었고
지인들이 읽어준 탓에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그랬더니 제 마음 한켠에 꼴보기 싫은
한심한 허영심이 등장했죠.
이제 모든 출판사에서
서로 종이책으로 내자고 제안을 주시겠지?
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특히 자기의 주제를 모르는
하찮은 인간의 모습이지요.
당시에는 속초에 일 년 살기를 하고 있던 시절이라
속초의 교보문고라고 불리는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에 밥 먹듯이 드나들었지요.
하루는 저녁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돼서
늦은 저녁 문우당서림에 갔었습니다.
1층에는 수많은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반짝거리며 진열되어 있었어요.
그 책들을 보자마자
제 안에서는 뭔가 뭉텅한 응어리가
폐를 누르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질투와 좌절감이었죠.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책들이 있는데...
왜 내 책 하나 여기에 놓기가 이토록 어려운 걸까?
서러웠습니다.
가슴이 찢어졌고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니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갑자기 1층에 환한 불빛이 싫어졌어요.
아마도 그때 저는 마음이 벌거벗은 상태였나 봐요.
보잘것없는 알몸으로 환한 빛 아래 서 있자니
딱 죽겠다 싶어 2층으로 도망갔습니다.
2층 입구에 있는 프런트에서 근무를 하시던
아주머니 직원분이 따뜻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어서오세요."
저는 꾹 눌러쓴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며
동시에 목례를 했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서가로 향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저도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우리 엄마 같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어서 오세요라는 그 말이 제게는 "괜찮아요"라는 말로 들려서였을까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코로나에게 고마워했습니다.
마스크 덕분에 흘러내린 눈물을
금방 감출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밤새 걸으며 울던 날이 지났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그냥 책을 잊고 살았습니다.
아니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았다는 말이 정확하겠군요.
그래야만 했어요.
전 제 소설 속 주인공 엠마처럼
주어진 상황과 마주하는 게 괴로웠거든요.
인정하지 않았던 진실까지
확인사살 당하는 느낌이랄까요?
맞습니다. 전 겁쟁이었어요.
그렇게 반년이 흘렀어요.
그리고 2022년 6월 메일을 한 통 더 받게 됩니다.
다산북스??
롸?
저는 책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독자로 살아왔던 몇십 년
책을 그렇게 많이 샀는데도
출판사 이름을 잘 몰랐던 저였는데
다산북스에서 나온 책들이
생각보다 제 책장에도 많더군요.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출판사였습니다.
팡! 팡! 팡! 팡!
들리시나요?
제 안에 애써 외면하고 눌러왔던
야망과 열정이 터지는 소리를요?
전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출간 제안을 받은
출판사가 두세 군데 있긴 했습니다만...
문학책은 거의 다루지 않는 출판사들이었고
뭔가 믿음이 가지 않는 곳들이었습니다.
저는 약속 날짜를 잡고
단번에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미팅을 했을 때 느꼈어요.
덤벙거리고 실수하는
내 단점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꼼꼼한 성격에 편집자님이라는 사실을요.!!
출판사 편집자님과 팀장님과 미팅을 했고
한 달 뒤 7월에 계약서를 쓰게 됩니다.
미팅만 한다고 바로 책을 내는 것이 아니고
출판사 내부 회의를 통과해야 해서
약 한 달간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이때도 혹시나 임원진선에서
거절당하면 어쩌지 걱정을 참 많이 했었어요.
결국 참지 못하고 편집자님에게 전화를 드렸고
다행히 통과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계약을 한 것은 좋았으나
편집자님과 출판사분들이 주신 피드백을 가지고
속초에 돌아간 저는
일주일을 죽은 사람 마냥 정자세로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수정을 시작해야 하지?
받은 피드백을 다 수용하려면
거의 새로 다시 쓰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죠.
일주일 만에 겨우 침대에서 일어난 저는
보이는 종이란 종이에 닥치는 대로
플롯 정리도 해보고 그림도 그렸다가
낙서도 해보고 찢어도(?) 봤다가
별짓을 다 했던 것 같아요.
책 제목도 수시로 바뀌었어요.
눈물 관리청
눈물이 돈이 되는 세상
입금된 눈물이 없습니다
목차도 계속해서 바뀌었고요.
맨 처음에는 2022년 12월 연말 출간을 목표로
7월부터 3개월 동안 수정을 해서
10월에 원고를 드렸어요.
그런데 조금만 더 보충하자는
출판사의 의견이 있어서
10월부터 다시 또 수정을 해서 1월에 드렸죠.
그런데...
그런데 조금만 더, 또, 마지막으로 보충해서 내자는 출판사 의견이 있어서
결국 출간은 5월이 되었답니다.
쓰고 쓰고 또 썼습니다.
수정에 수정에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더해서.
수정에 수정의 수정을 위한 나나들.
이 글을 저희 매니저님과 출판사가
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인내에 시간이었어요.
정말 때려치우려고 몇 번 했.... 지만
결국엔 이렇게 세상에 나왔네요.
끝까지 저를 달래고 얼르고 말려주신
담당 편집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결국 책이 햇빛을 보네요.
듣기만 한 저자 증정본이라는 것도 받았고요.
10대, 20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잠 못 들던 그 시절.
광화문 교보문고에 참 자주 갔었어요.
주머니도 비고, 마음도 텅 비어있던
어린 날의 저에겐 따뜻한 안식처 같은 곳이죠.
그런데 그런 곳에 제 책도 들어갔어요.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직접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제 책이 놓여 있는 모습을 구경할까 해요.
생각만 해도 정말 떨리네요.
어렸을 때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앨범 나오면 사인을 해야한다면
사인 연습을 밤새 하곤 했었는데
결국 쓸모없는 짓이 됐었거든요.
그때 앨범에 못했던 사인...
작가가 되어 책에다가 하게 되었네요.
스스로를 위해 사셔도 좋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셔도
너무 좋은 책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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