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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대로 현지인들과 친구를 한다.

# 방콕 4

by 최소망
오늘의 소망: 내 마음대로 현지 친구 2명 사귀기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내 옆에 일행이 없어야 현지인들에게 한 마디라도 더 걸어보고 소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가진 소망과 그들이 가진 소망을 나누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다. @글, 사진 by. 소망하다




눈 떠보니 미래로 온 것일까?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치앙마이부터 방콕까지 올드타운 위주로 여행을 하며 허름한 국수가게, 시장 등등을 둘러보았는데 태국은 아시아에서도 굉장히 발달한 국가 이기도 하기 때문에 방콕에 현대 모습도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찾아가게 된 동네가 바로 Samyan 역, 방콕 지하철 BTS와 연결되는 대형 쇼핑몰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역이라던지 동대문역 같은 곳이 되겠다.


지하철역과 쇼핑몰 호텔이 한건물에 있는 복합 건물. Samyan Mitrtown


이날 머문 숙소는 이 쇼핑몰 안에 9-11층에 자리 잡고 있는 Tripel Y hotel 숙소였다. 쇼핑몰 하고 연결이 되어 있어서 24시간 쇼핑을 즐길 수 있으며 지하에는 바로 BTS가 연결이 되고 신축이라 매우 깨끗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런 숙소였다. 사진 왼쪽은 호텔 전용 입구이며 쇼핑몰에서 호텔로도 연결이 되는 입구도 있다. 오른쪽은 내가 머물렀던 킹사이즈 베드가 있었던 룸 전체적으로 신축이라 매우 깔끔하고 편하게 쉬었다.


사진출처 Triple Y hotel 홈페이지.

오전에 받았던 마사지 때문인지 점심을 먹고 너무 몸이 노곤 노곤해서 잠시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5시간을 연달아 푹 잤다. 그런데 낮 시간을 그렇게 보내 버렸으니 망했다...라고 생각하는 찰나 아참 여기는 쇼핑몰이 24시간이라고 했지? 하면서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라운지웨어 (가까운 거리를 입고 갈만한 편한 옷)을 입고 카메라만 챙겨 그대로 밑에 쇼핑몰로 내려가 보았다.

어느 나라 가든 스타벅스에서 열공하는 학생들 (좌) 핸드메이드로 예쁜 소리가 나는 오르골을 만들고 있는 언니들 (우)

어제까지 봤던 방콕에 올드 타운과는 상반되게 한국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스타필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1층에는 어느 쇼핑몰이나 대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스타벅스가, 그 안에서 에어 팟과 맥북을 켜놓고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2-5층에는 의류, 스포츠용품, 각종 프랜차이즈 먹거리들이 가득 메워 밤늦은 시간임에도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5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미래로 온 것 일까? 하루 만에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다.



태국 안에서 빈부격차를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며칠 전만 해도 치앙마이에서 가난으로 허덕이는 아이들을 만나고 왔는데 이곳에선 아주 비싼 전자제품으로 무장하며 공부하는 학생들과 굶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지도 못할 의외의 사치품 (? ) 오르골이라니. 사진 속 사람들이 사치스럽단 얘기는 전혀 아니고 일상에서 나도 저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너무 어려운 지역을 방문한 후에 이 장면을 보니 나에게 지금 평범한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사치스러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쇼핑몰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쇼핑몰이 문을 닫는다.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도 문이 막혔다.. 뭐지?? 24시간이라더니.... 알고 보니 24시간 영업하는 곳은 지하에 푸드코트와 1층에 몇몇 가게 만이 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코코넛 요구르트를 야식으로 사서 건물 밖을 빙 돌아 호텔로 슬리퍼를 탁탁 거리며 돌아왔다.



반가우면서도 익숙하다.

그렇게 야식과 함께 행복한 밤을 보낸 뒤, 아침이 밝았다. 이 호텔은 쇼핑몰에 연결된 9-11층만 사용해서 따로 호텔 내에 레스토랑이 없고 호텔에서 주는 조식쿠폰을 들고 1층에 카페에 내려가면 조식을 제공해 주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카페의 이름은 "The coffee club" 호주에 오래 살던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커피 체인점이다.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저 카페는 호주에도 꽤 많은 지점이 있다. (Queends (호주 동북지역)에 특히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 없기에 태국에 저 카페가 들어와 있는 게 반가우면서도 매우 익숙했다.


자리에 앉아 뜨거운 블랙커피 한잔과 Cherry tomato omelet on Sourdough (사워도우 빵 위에 방울토마토 오믈렛)을 주문했다. 메뉴판이 너무 간단하고 아침메뉴가 적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빵과 오플렛 토마토 그리고 맨 위에 올라와있는 Rocket (풀이름)이 너무 잘 어울려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태국 음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제일 익숙한 양식이라 더 맛있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원을 좋아해, 그리고 첫 번째 친구.

밥을 먹고, 공원을 좋아하는 나는 마침 호텔 근처에 태국 왕실에서 조성했다는 룸피니 공원이 있다길래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내고자 호텔에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맡겨두고 공원에 갔다.

공원 입구 날씨가 매우 좋았다.
흔하디 흔한 오리배와 별로 안 흔한 빅사이즈 도마뱀
어느 나라를 가도 아저씨들은 열심히 운동을 하신다.

공원은 매우 크고 깨끗했지만 아름답다고 까지는 할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사방이 텁텁하게 막힌 방콕 시내에서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정도로는 아주 좋았다. 후원받는 아이들을 만나면 나눠주려고 가져왔던 스티커를 치앙마이에서 다 쓰질 못했는데 방콕은 스티커 같은 거 준다고 좋아할 만한 아이들이 없다는 것쯤은 분위기를 봐서 알고 있었지만 혹시 몰라 가방에 스티커 몇 개를 챙겨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공원에 도착하고 5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서 이 스티커를 쓸 일이 생겼다.


공원을 산책하는데 썩 깔끔해 보이지 않은 물통에 가득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 않는 물을 담고 계신 한 아저씨가 계셨고 그 옆에 아주 귀여운 어린 꼬마가 보였다. 그저 아버지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른 채 아버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아버지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꼬마 친구를 보자마자 오늘 내가 처음 사귀어야 하는 친구는 저 친구구나라고 생각하고 슬금슬금 다가갔다. 아버지께 먼저 내가 스티커를 주고 싶다는 표현을 영어로 했지만 잘 못 알아들으시는 거 같아 제스처로 스티커를 주고 싶다고 했더니 아무런 표정 없이 고개만 두 번 끄덕끄덕 하신다.


꼬마친구에게 다가가서 "안녕?"이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고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어진 스티커 몇 장을 선물로 주었다. 태국어가 불가능해서 깊게 얘기를 나눌 순 없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꼬마도 거부감 없이 다가와 내 작은 마음을 받아 주었다. 친구가 한 명 생겼다.

이 친구는 아직 어려서 크고 나면 나를 기억조차 못할 테지만 나는 이 친구 덕분에 좋은 기억이 생겼다.

고마워, 좋은 기억에 일부가 되어줘서.

사진으로는 남아있지 않고 영상으로만 남아있어서 영상에서 발췌.

아이스크림을 좋아해, 그리고 두 번째 친구

그렇게 공원을 한 시간 넘게 산책하고도 공원에서부터 호텔까지 또 열심히 걸어 온덕에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호텔이 있는 쇼핑몰 1층에 와보니 미국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인 Swenson's 가 보이길래 주저하지 않고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공주님이라고 할 것만 같은 가게 인테리어.
매우 커다란 메뉴판과 매우 눈이아픈 인테리어.


메뉴를 보는데 1분 이상을 쓰지 않는 나는 저렇게 소녀 감성이 묻어나 소녀들이 두세명 몰려와 까르르하면서 바라볼 저 메뉴판을 쓱 한번 보고는 맘에 드는 메뉴가 없자 그냥 바로 쇼케이스 쪽으로 가 쑥 훑어본 뒤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주문했다. 잠시 뒤 나는 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매장 오른쪽 안 구석에서 먹고 있었는데 바로 오른쪽 옆 테이블에서 태국 아주머니 두 분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두분이 같이 셀카를 찍기도 하셨다.


그런데 사진이 뭔가 맘에 안드는지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하시길래 이때다! 하는 마음에 내가 찍어 주겠다고 하면서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 아주머니 중 한 분이 영어를 꽤 잘하셨고 내가 찍은 사진이 맘에 들었는지 몇 장 더 찍어달라고 부탁까지 하셨다.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고 나서야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 혼자 여행 중이냐 등등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셨고 나도 두 분이서 친구냐 얼마나 알고 지냈냐 같은 시시콜콜한 질문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사실이 바로 이 아주머니가 이 아이스크림 가게의 주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일 하시던 중 친구분이 놀러 와서 구석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계셨던 중이었던 것이다. 같이 웃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내 아이스크림과 사장 아주머니 친구분의 아이스크림이다 없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가 한 명 더 생겼다.


아주머니에게도 나에게도 우연히 찾아온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 방콕에 가면 다시 찾아가 이 사진을 보여드리고 함께 웃고 싶다.




내일의 더 나은 소망을 꿈꾸며

글, 사진 by 소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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