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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폽칸마이 (다시 만나)

# 방콕 5

by 최소망
오늘의 소망: 방콕에서 마지막 식사 후 오후 비행기 타고 시드니로


처음 방문인 태국 치앙마이부터 방콕까지 총 11일간의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고작 11일 정도 봤다고 태국이라는 넓은 나라를 다 알 수 없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소수 민족 (라후족, 카렌족, 아카족, 몽족 등등)부터 대도시인 방콕 짜오프라야강을 볼 수 있는 5성급 호텔까지 얇고 넓게 살펴본 여행이었다. 방콕에서 시드니로 떠나는 날로 함께 가보자. @글, 사진 by. 소망하다




마지막 식사 in 방콕

지난번 관광지 마사지 VS 로컬 마사지를 다뤘던 글에서 여행지에서 내 숙소 주변 로컬 가게 찾는 법을 공유한 적이 있었다. 현재 위치에서 구글맵을 이용해 주변에 로컬 가게들을 찾는 방식이었는데 오늘은 특별하게 우리나라 분들이 많이 가는 식당에 가보려고 초록 검색창에 입력을 했다. "방콕 맛집"

여러 식당들이 나왔지만 그중에서 제일 먹어 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족발 덮밥"이었다.

더욱이 방콕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쉐라톤 호텔(호텔이 별로였어서 사진을 첨부 생략)에서 아주 가까워서 걸어갔다가 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전에 호텔 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잠깐 수영을 하고 족발 덮밥으로 유명하다는 "짜런생 실롬"으로 향했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EC%A7%9C%EB%9F%B0%EC%8C%A9+%EC%94%B0%EB%A1%AC/@13.722779,100.5146768, 17z/data=! 3m1! 4b1! 4m5! 3m4! 1 s0x30 e298 c538 adb537:0 xb0993 c65 cb43 bdf3! 8m2! 3 d13.722779! 4 d100.5168655


가게 느낌은 딱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종로 3가에 있는 칼국수 골목 느낌이었다. 현지인과 외국인들이 4:6 정도의 비율로 외국인(대부분 한국사람)들이 많고 일하는 이모들이 아주 많아서 오는 순서대로 빨리 주문받고 빨리 나오는 그런 시스템. 나는 족발 덮밥 작은 사이즈(140밧) 쌀밥(5밧)을 주문했다.

이름은 족발 덮밥인데 왜 덮혀져 있지 않지?

족발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먹는 건데 다만 잘라서 나오지 않고 저렇게 한 조각씩 약간의 국물과 함께 나온다 밥은 동남아 쌀 특유의 느낌대로 찰기가 없고 너무 가벼워 입안에서 후룰루루 날아다녔지만 족발은 나름 맛있었다. 테이블마다 제공되는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족발의 맛이 몇 배 이상 다채로워진다.


맛있어서 감동의 눈물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그냥 적당한 가격에 만족할 만한 방콕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다.



샛길에는 날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얼른 식사를 마친 뒤 호텔에 가서 아직 채 정리 못한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해야 하건만 나는 또 샛길로 새 버렸다. 식당에서 호텔로 걸어가는 길에 카페 하나를 발견했고 아기자기하고 따뜻해 보이길래 바로 걸어 들어갔다. 커피를 잘 만들 것처럼 보이는 남자 직원 한 명과 누가 봐도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 직원이 한 명 있었다. 따뜻한 라테 한잔을 주문했고 질 좋은 태국 우유 때문인지, 바리스타의 실력 때문인지 커피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이렇게 매번 샛길로 새다가 일정을 망가뜨릴 때도 많고, (아니 애초에 일정이란 게 있었던가?) 꼭 둘러봐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곳을 못 둘러보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래도 샛길로 빠지는 게 정말 좋다.

샛길에는 날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Cafe MaLet's



휴지 던지는 건 아니야

그렇게 샛길로 줄줄줄 새다가(?) 호텔로 돌아오니 체크아웃 시간까지 30분밖에 남질 않았다. 양치질을 하고 황급히 짐을 싸고 시계를 보니 20분이 지나있었다. 잠시 창밖에 짜오프라야 강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호텔을 나와 시간 맞춰 오신 클룩기사님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 위에 프레첼 가게에 들렸다. 주문한 내 음료랑 빵이 나오길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에 아주 버릇없는 꼬마가 나한테 휴지를 집어던진다. 행색을 보니 부모님부터 꼬마까지 아주 부자처럼 보였다. 입고 있는 옷들과 가진 것들이 꽤 비싸 보였달까. 그래서 그런지 매우 버릇이 없었고 내가 말을 건 것도 아니고 쳐다본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음식 기다리면서 앉아있는데 나한테 휴지를 던졌다. 그걸 보고 부모들이 잠깐 말리긴 했지만 나한테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꽤 기분이 상해서 영어로 한참을 쏘아붙여줄까 하다가 숨을 크게 쉬고 참고 가방에 남아있던 스티커 한 개를 꺼내서 줬다.

워낙 부자 꼬마라 스티커가 성에 찰까 싶었지만 꼬마는 꼬마인지라 스티커를 한 번 보고 내 눈치를 한번 보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음료와 빵이 나올 때까지 이 꼬마 친구는 얌전히 있어줬다.

기분 나빴던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다.

휴지 던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가드윈과 아로마 안대

게이트로 가보니 시드니행이라 당연한 게도 많은 Aussie(호주인)들이 있었고 못 알아듣는 태국어를 11일 가까이 듣다가 영어가 곳곳에서 들리니까 마음이 매우 편해졌다.

콴타스는 처음이었는데 깔끔하고 쾌적했다.
과일식처럼 특별식을 신청한 사람들 먼저 가져다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식사를 받을 수 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는 잘 소화가 안 되는 경향이 있어서 늘 비행하기 3일에서 일주일 전쯤 식사를 과일식으로 바꿔 놓는다. 만약 저가항공이라면 따로 식사가 제공되지 않으니 아무리 비행이 길어도 물 한두 병만 들고 타고 정 배고플 때를 대비해 작은 빵 한 개 정도를 챙긴다. 비행기 안에서는 거의 배가 고프지 않다. 배가 고파도 안 먹는 편이 속이 편하다. 콴타스는 사진에 보이는 것 말고도 과일을 주머니에도 넣어서 주고 계속 가져다줘서 시드니 공항에 내릴 때도 손에 과일이 잔뜩 들려있었다.



내 옆자리에는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가드윈"이라는 친구가 앉았는데 간단히 인사를 하고 서로에 대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일 때문에 호주에서 살고 있고 태국으로 잦은 출장을 오는 친구였다.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각자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계속 가드윈이 이마 옆 양쪽 관자놀이를 반복적으로 누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몇 시간 전부터 계속 두통이 있었단다. 그 와중에 키도 거의 2미터 가까이 되는데 신축성이 전혀 없어서 불편한 청바지를 입고 그 좁은 이코노미 석에 앉아있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없던 두통도 생기겠다.


내가 비행 때 항상 들고 타는 아이패드 파우치 맨 앞 포켓에 넣어두었던 아로마향이 은은하게 나오면서 따뜻해지는 일회용 수면안대 하나를 선물했다. "가드윈. 네가 처음 보는 물건이라 이게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는데, 눈이 따뜻해지면서 좋은 향이 나거든 이따가 잘 때 쓰고 자면 두통에 조금 효과가 있을 거야"라고 얘기하니 예의 차린 것 같지만 아주 차갑게 No, thanks라고 하지 않고 처음 보는 물건의 당혹스러우면서도 웃으면서 고맙다고 받았다.


사실, 그 친구가 수면안대를 사용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룸메이트로 같이 살았던 뉴질랜드 마오리족 친구는 생리통으로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낯선 나라에서 온 내가 주는 낯선 모양의 진통제를 절대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낯선 외국인이 처음 보는 물건이나 음식을 권하면 겁부터 나는 게 사실 아닌가.



하지만 얼마쯤 지났을까 가드윈이 조용하길래 옆을 돌아보니





가드윈이 수면안대를 아주 야무지게 하고 자고 있는 게 아닌가 ㅋㅋ

말 잘 들어서 기특하고 (?) 저 등치에 저걸 얌전히 펴서 귀에 딱 꽂고 자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너무 웃겨서 소리 안 나게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나중에 가드윈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잠에서 깼을 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내 글쓰는 공간에 공유해도 될까라고 물어보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우리는 한참 사진을 같이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가드윈 덕분에 생각보다 시드니로 가는 길이 멀지 않았고 곧 우리는 시드니에 착륙했다.


고마워, 가드윈.




시드니 친구네 집 노란색 캐리어와 배낭 하나인 내 짐을 던져놓고 잠깐 사진을 찍어본다.


내일의 더 나은 소망을 꿈꾸며

글, 사진 by 소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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