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 3
오늘의 소망: 시드니 도심에서 떠나 외곽지역에서 힐링하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다 비슷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사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시드니에 온다면 그냥 내가 사는 도시랑 비슷비슷 하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주는 면적이 매우 큰 나라이기에 숨어있는 곳에 좋은 곳들이 참 많이 있다. 그중, 나는 시드니에서 차로 두세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숨은 보석 Sutton forest, Bowral 지역을 참 좋아해서 친구들과 함께 2박 3일 근교 여행을 떠났다. @글, 사진 by. 소망하다
시드니의 숨은 보석 Sutton forest, Bowral
근교 여행 때는 호텔이 잘 없는 지역들도 꽤 있다. 그럴 때는 호텔보다도 저렴하면서 전형적인 호주 가정집에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 이곳은 Sutton forest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였는데 예쁜 정원 안에 집이 두 채가 있고 주인 분들이 한채 그리고 게스트들에게 사진에 보이는 이 단독을 빌려주신다. 마치 친척 고모네 가족들이 호주 사람이라서 방학 때 잠깐 놀러 와서 고모네 집에 자고 가는 느낌처럼 매우 안락했다.
먹으려고 여행하지
외곽지역에는 호주 마트들은 있지만 한국 식료품점이 없기 때문에 미리 도심에서 한 번에 장을 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호주 마트와 한국 마트에서 이것저것 장을 모두 보고 점심을 먹고 여행지로 출발을 하기로 했다. 점심으로는 중식을 먹기로 해서 시드니 트레인 스테이션 "에핑"에 있는 "태화루"에 갔다.
탕수육, 볶음밥, 짬뽕을 시켜 친구들이랑 나눠 먹는데 특히 한국에서 배달 탕수육만 먹어서 그런지 맛있는 탕수육을 못 먹었는데 고기 잡내 하나도 안 나고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또 생각난다. 물론 짧은 일정으로 시드니 여행 오는 사람들은 일정 내내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안 드시려고 하겠지만 만약 중국음식이 생각난다면 한 번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TMI로 시드니 시티 내에는 까오까오라는 중국집이 괜찮다.
태화루: shop 28/74 Rawson St, Epping NSW 2121 오스트레일리아
까오까오: 128 Liverpool St,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식사를 한 뒤, 저녁으로 먹기 위해 포장 주문 해 놨던 월남쌈을 픽업했다. 재료가 다양해서 일일이 다 사면 재료값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채 썰어야 하는 야채가 많아서 손이 많이 가는 월남쌈을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포장할 수 있다. 시드니 교민들 사이에서는 손님이 오거나 단체로 여행을 가거나 식사를 할 일 있을 때 이 곳을 많이 이용하시는 편이다. 미리 예약 주문해놓고 시간 맞춰 찾으러 가면 아주 깔끔하게 포장해 주신다.
맛사랑: 6 Bridge St, Epping NSW 2121 오스트레일리아
"그림 같다"라는 말을 위한 곳 Cafe "Harry's on green lane"
여행 2일째 아침 일찍부터 맛있는 커피를 먹으러 Bowral에 위치한 "Harry's on green lane"이라는 카페인데 많은 작품들로 도배되어 있는 실내 인테리어와 엔틱한 인테리어용품을 파는 가게를 함께 품고 있는 정원의 야외 테이블까지 마련된 명화 같은 카페이다.
15-17 Banyette St, Bowral NSW 2576 오스트레일리아
장소가 워낙 아름다워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참 맘에 드는 따뜻한 사진들이 많이 나왔다. 이른 오전 시간에 와서 커피 한잔과 토스트를 즐기며 사진을 찍거나 이야기를 나누기 정말 좋은 곳이다.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핸드폰 메모장을 열고 지금의 느낌을 적었다.
"딱딱하게 고체로 굳었던 마음이 액체로 녹아져서 찰랑찰랑 해진다. 이곳에 오니 그렇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정말 매우 그립다.
숙소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제 월남쌈 먹고 남은 채소들을 이용한 가든 샐러드, 다진 마늘과 토마토를 올린 브루쉐타, 까르보나라 파스타 그리고 없어서는 안 될 Coke. 호주 생활 N연차인 나와 내 친구들 이제 한식보다도 양식을 더 잘 만드는 느낌이다.
Rustic 한 느낌이 물씬 Cafe " Sutton forest"
여행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늘 아침엔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기에 오늘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Sutton forest"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지역 이름을 그대로 딴 이름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시골 카페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곳, 드라마 여주인공이 아침마다 들려 커피 한잔을 픽업 해 갈 것 같은 그런 정겨운 Local cafe이다. 편리한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좋지만 이런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한다면 얼마나 좋은가.
특별하게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커피 한잔씩을 하고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근처 공원에 갔다. 호주 가족들은 여기저기서 부메랑을 던지거나 공놀이를 하고 있고 우리 또한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호주에서의 여행은 늘 무언가를 많이 해야만 하는 Have to list에 바삐 움직이는 여행이 아니고 특별하게 뭘 하려고 하지 않은 Natural 한 여행이다. 특별하게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저녁으로는 숙소에서 고기, 야채를 겹겹이 쌓아 올린 필외유나베를 먹었다. 양식도 물론 좋아하지만 한식도 좋아하기 때문에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질 때를 맞춰 준비해봤다. 끓기 시작하면 예쁘게 만들어 놓은 꽃 모양이 단숨에 없어지는 게 좀 아쉽지만, 온몸이 따뜻해지는 맛있는 저녁이었다.
늘 아쉬운 여행의 마지막
여행은 늘 시작은 설레고 끝은 아쉽다. 2박 3일에 시간이 눈 깜빡할새 지나가고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매년 한 번씩은 오는 시드니이기에 다음을 또 기약하며 다시 시드니 도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기 전 우리들의 마지막 식사로 남은 재료들을 이용해서 간단한 토스트를 해 먹었다. 달콤한 과일들과 채소 그리고 한 장에 잘 익은 프렌치토스트로 시작하는 아침은 오늘 하루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드니 도심으로 돌아가는 길에 Engadine이라는 마을의 들려서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카페의 이름은 Hanna's place.
카페의 외관이 점점 도심에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테이블이 엄청 많은 편은 아니고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다 동네 사람들이다. 삼삼오오 앉아서 얘기하고 커피 마시고 하는 모습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거 같다. 아침을 충분히 먹고 와서 간단하게 작은 머핀 몇 개와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를 아이스로 잘 먹지 않는 나라에서 오래 살다 보면 커피를 아이스로 마시는 일이 잘 없어진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 한잔과 시작하곤 했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음식들이 매워서 그런지 불이 난 입안을 잠재우기 위해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모닝커피를 마신 뒤,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 시드니 도심에 도착했다. 마침 점심시간쯤 되었길래 점심을 먹고 2박 3일에 여행을 다 마무리하기로 한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 점심은 바로 "마라탕"이었다. 시드니에도 정말 많은 중국인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진짜 중국인들이 하는 중식당이 참 많다. 그중에서 차이나 타운이 커다랗게 들어서 있는 Eastwood 지역의 "양궈푸 마라탕"에 들렸다. 시드니 시티 안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나 중식당보다 이스트우드가 훨씬 더 진짜 중국의 와 있는 느낌이고 음식부터, 식자재까지 없는 게 없다.
요즘에는 워낙 한국에도 맛있는 마라탕 집이 여기저기 매우 많기 때문에 아마 마라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이렇게 스스로 재료를 골라 무게 수로 계산하는 마라탕 집에 시스템이 익숙할 것이다. 나 역시 아주 매우 익숙하게 재료를 담았는데 조금 다른 점은 그동안 봤던 마라탕 식당보다는 재료가 매우 신선했다. 원하는 재료를 담고 잠시 기다리니 아주 맛있게 요리된 마라탕 네 그릇과 콜라 4잔이 나왔다.
원래도 마라탕은 맛있지만 여행의 마지막을 매콤한 국물과 함께 하니 더 좋았다. 그렇게 2박 3일의 여행이 끝이 났다.
내일의 더 나은 소망을 꿈꾸며
글, 사진 by 소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