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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집에서 자도 돼요?

# 싱가포르 1

by 최소망
오늘의 소망: 시드니에서 싱가포르로 이동, 혼자 싱가포르 즐기기.

싱가포르는 여행기를 쓸까 말까 참으로 망설였던 나라이다. 왜냐하면 싱가포르는 서울이랑 너무 비슷한 면이 많기도 하고 호주 다음으로 친구가 많은 나라라 나한테는 여행지 느낌보다는 집 같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고민 고민하다 친구들과 함께 또 혼자 여기저기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지낸 싱가포르에서 10일을 공유해본다. @글, 사진 by. 소망하다


언니네 집에서 자도 돼요?
시드니에서 싱가포르 갈 때 자주 이용하는 Scoot 항공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라 땅이 귀해서 싱가포르 여행 시에 숙소 값이 만만치가 않다. 여러 명이서 함께 자는 도미토리만 해도 근처에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와는 금액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현지인 친구들, 한국인 친구들 중에 가족과 함께 살지 않으면서 내가 가도 그 사람이 크게 방해가 안 갈만한 친구가 누가 있나 생각했는데 아이티 여행 때 룸메이트였던 J언니가 생각났다.


언니는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00 카드회사에서 일했는데 싱가포르로 발령받아 2년 정도 싱가포르 지사에서 일하게 돼서 정확히 우리가 아이티 여행을 함께 한 후, 7개월 만에 싱가포르에서 재회하게 되었다. 언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고 잦은 말레이시아 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도 많으며 아직 싱가포르에 간지 얼마 안 돼서 친구가 없어 외롭기 때문에 내가 빌붙어 볼만한 좋은 조건의 사람이었다. 곧바로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언니네 집에서 자도 돼요?"라는 말과 함께 10일 정도 싱가포르에서 머물 예정이고 나는 현지인 친구들도 많고, 친구 없어도 혼자 여기저기 사진 찍으러 다니니까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여 내가 피곤하게 구는 친구여 행객이 아님을 강조했다. 언니는 단번에 "그래"라고 해주었고 덕분에 시드니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카페에서 대화 안 하고 각자 책 읽을 수 있는 친구는 몇 안된다.

시드니에서 7시간 반 정도 비행을 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을 했다. 비행기가 연착돼서 도착한 시간이 거의 밤 10시가 넘었기에 얼른 그랩을 잡아타고 언니네 집에 도착을 했다. 언니가 집 앞에 마중을 나와줬고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한 뒤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언니가 브런치를 사주신다고 해서 따라나섰다. 재워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맛있는 밥까지 사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넙죽 받지요.


그랩을 타고 싱가포르 남쪽에 위치한 Dempsey Hill (Harding) 지역으로 이동했다. 브런치를 먹은 곳은 PS, Cafe Harding 점이다. 야외 테이블이 눈이 시원한 초록이 우거진 곳이라 힐링하기 좋은 브런치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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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드니에서 와서 그런가 싱가포르 양식이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카페에서 대화 안 하고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친구는 몇 안된다.

카페는 물론 대화하는 곳이긴 하지만 많은 대화 안 하고도 서로 가져온 책 읽으면서 시간 보낼 수 있는 친구, 서로 그게 마음이 맞는 친구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대화를 하거나 인생 사진을 남겨주길 원하니까. 하지만 J언니는 서로 책만 읽어도 괜찮은 암묵적인 관계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렇게 꽤 오랫동안 각자 책을 읽고 중간에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여행은 항상 혼자 또 같이

카페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언니는 집에 가서 쉬겠다고 하길래 나는 여기저기 둘러보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여행은 항상 혼자 또 같이의 발란스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뎀시 힐에서 천천히 걸으며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구경하며 혼자만에 시간을 즐기다 보니 홀랜드 빌리지에 도착했다. 날씨도 더운데 계속 걷다 보니까 덥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MRT (싱가포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홀랜드 빌리지 스테이션 지하로 내려가니 교통카드 충전 기계가 있다. 싱가포르 여행 때마다 항상 챙기는 싱가포르 교통카드(이지링크)를 충전해보려고 잔액을 조회해 보니 몇 년 전에 쓰고 남았던 금액이 7불이 넘는다. 왠지 공돈이 생긴 느낌이다. 추가로 20불 정도를 더 충전하고 Somerset station으로 향했다.

싱가포르 여행 때마다 항상 쓰는 이지링크 카드. 한번 사서 가지고 있다가 싱가포르 여행 때마다 꺼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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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너무나도 지쳐 아이스크림과 망고가 먹고 싶어서 Cafe de paris에 들렸다. 꽤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쇼핑몰 내에 카페에서 그림까지 그리고 있으니 굉장히 특이한데 그려놓은 그림들이 모두 꽤 그럴듯했다. 그림 구경을 한 뒤 원래 목적인 망고 아이스크림 파르페를 주문했다. 가격은 한화로 거의 만 오천 원가량 되는 어마 무시한 가격. 한국에서 만든 카페라서 그런지 곳곳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오고 매장 안에 소녀들은 케이팝을 따라 부르며 춤까지 추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내가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다가 그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한국사람이란 걸 알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조금은 부끄러웠나 보다.

건너편에 나랑 눈이 마주친 K-pop lover 소녀 (사진왼쪽)

망고와 아이스크림이 겹겹이 쌓인 파르페 가격은 비쌌지만 매우 맛있었다. 한참을 더운 곳에서 걷다가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여유로운 힐링 시간을 가진 후 지도를 검색해보니 언니네 집까지 걸어가는데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차나, 버스를 탈 수 도 있지만 몇 번 왔어도 놓친 싱가포르에 구석구석을 보고 싶어 걸어가기로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니 발걸음이 가볍다.

싱가포르에서 시작이 좋다. 자, 이제 집에 가볼까?

내일의 더 나은 소망을 꿈꾸며

글, 사진 by 소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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