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삶은
리스본행 야간열차
저자: 파스칼 메르시어 출판사:
핵심 단어: 글, 자기
스스로의 별남을 안다. 혹자들이 내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 중 하나가 ‘어떻게’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가. 어떻게 그런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 호흡에 준할 만큼 빈번하고 끊임없이, 그리고 깊게, 황금률, 백금률, 그 이상의 어떤 행동방침과 마음가짐들에 대해, 나아가 선과 해탈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반성한다.
치열하게 올라온 골짜기의 첨단에서는 볼 만한 것들이 드물다.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 구름과 하늘, 눈시린 만년설 정도. 외로움과 후회가, ‘중력의 영’이 고개를 짓눌러 내려다본다. 번민하지 않았으면, 누구도 견딜 수 없는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댄 순간들이 없었으면 낮은 곳에서 행복했으려나. 계곡의 푸르름과 평원의 황금빛 작물들이 모두 내 것이었으려나 묻지만 그럴 리 없다. 그렇게 행복하다면 그건 배부른 돼지, 배부른 인간일 순 있어도 사유하는, 철학을 가진 ‘사람’일 순 없다.
니체를 처음 읽은 순간 터져나오던 눈물을 기억한다. 같은 순간이 무한히 반복되는 영원회귀, 그 순간을 얼마든 다시 맞이하더라도 반갑고 환희로울 선택만 하며 산다는 것. 전생과 현생, 내생이 아니라 같은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 그 반복의 지난함을 웃으며, 기꺼이 온 마음으로 즐겁게 받아들이며 ‘좋아! 그렇담 다시 한 번!’ 외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무수히 반복된 생애를, 그마만큼 많은 생각을 반복하며 헤메이던 답이 거기 있었다. 니체를 접한 이후로, 밤마다 죽고 아침마다 살아난다.
메르시어의 책을 읽고 니체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으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달과 6펜스, 연금술사, 리스본행 야간열차….모두가 ‘좋다, 충분하다’고 여기는 직장과 삶과 가족을 팽개치면서까지 꿈을 찾는 이야기, 일상이 불러올 수 없는 극적 변화와 성취, 현실화된 꿈을 찾는 이야기들이다. 결국 우리가 좇으며 너무 멀리 와버린 꿈은 모든 것이며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니체의 영원회귀와 맞닿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윤회를 멈추는 해탈이 그러하다. 특별한 것은 없다. 깨친 상태에서는 모든 순간이 지고의 행복이라는 얘기다. 깨치지 못한 상태에서는 모든 순간이 고통이다. 또다시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솜씨가 없다보니 쉬운 말을 어렵게 적는 느낌이 든다. 독후의 감상을 적는 만큼 책에 나온 육즙이 흐르는 문장을 공유한다. 공감을 바라면서.
-이 사람은 꿈꾸는 시인이었구나. 그러면서도 결단력 있게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 사람, 눈에 불길이 일면 피해야 할 사람으로 보였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빛과 멜로디를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없이 이루어진다. 이 아름다운 무음에 특별한 우아함이 있다.
-사람들은 가끔 정말로 두려워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다른 무엇인가에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요.
-그는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 즉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책을 읽는지 읽지 않는지는 금방 알 수 있으며, 사람 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사람은 결코 깨어 있다고 할 수 없어.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해.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는 더욱 알지 못하고.
-제가 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럼 도대체 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죠?
-(자살을 병사로 위장한 신문을 보며)“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본 조작들, 침묵하는 거짓말들과 비교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