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서울 일정이 있어 방문한 부모님 댁. 회랑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즐거운 일상을 나눈다. 옛날이야기와 부모님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목적지로 가는 지하철에 올랐다.
각자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바삐 뛰는 사람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들어찬 인파. 모두들 휴대폰을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다. 문득 생각했다.
'서울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사는구나.'
매일 아침 이 시간, 이 열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 출퇴근 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이들에게 아침의 평안이란 없겠구나. 한편으론 측은한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일정을 마치고 광역버스에 앉아 귀가하는 길.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여정. 두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둠이 내려앉았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경기도민의 설움을 이야기하던 장면이 떠올랐다.'거지가 도승지를 불쌍타한다'는 속담이 딱 맞았다. 앉아서 2시간을 이동하며 5분간 뛰어다니던 서울 사람들을 딱하게 여기던 내가 더 딱한 처지였다. 그제야 '서울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이해됐다. 매번 부동산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형의 말도 떠오른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깊은 밤이었다. 오늘 하루 내가 본 것은 누군가의 일상이고, 나의 일상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서로를 부러워하고, 때로는 동정하며. 하지만 결국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것은 아닐까. 서울에서든, 경기도에서든. 결국 내가 어떤 환경에 있는가 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가이다.
잠들기 전 부동산 시세를 검색하는 내 모습에서 작은 역설을 발견한다. 어쩌면 그러지 못하기에 상황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저녁에 오랜만에 마신 에스프레소의 영향일까, 번민의 소산인지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우리는 결국 그의 뜻에 따라 그 길을 따라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오늘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얼마나 충실 한가일 뿐이다.
What do you w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