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속에서 연대하는 힘
출근길,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집을 나설 땐 괜찮았는데
몇 분 만에 세상이 달라졌다
급히 우산을 챙겨도
빗줄기는 허술한 틈마다 파고들고
옷은 젖고, 신발은 축축하다
오늘의 지하철 안은 눅눅하고
밀착된 사람 냄새로 공기가 무겁다
수많은 직장인이 안쓰럽다
강릉이 떠오른다
며칠째 이어진 단수
물 한 모금, 샤워 한 번
설거지조차 어려운 상황
제한급수까지 검토하는
절체절명의 도시
그곳을 향하는 도움의 손길
예보를 보니
오늘 오후 3시부터
비가 내린다 한다
강릉 사람들에게는
간절한 물줄기일 것이다
비가 오면 우리는 불평한다
길이 잠기고, 하루가 고단해진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불편한 비가
삶을 살리는 희망이 된다
농부에게도
메마른 땅에도 그렇다
생각해 보면
수도꼭지를 틀면 늘 나오는 물
버튼 하나로 잊혀지는 더위
정해진 시간에 오는 버스
이 모든 일상이
잠시만 끊겨도
세상은 곧 불편해진다
비는 우리를 작게 만든다
자연 앞에서
불확실성 앞에서
인간은 늘 그렇다
오늘은 불평만 하지 않으려 한다
젖은 몸을 태워주는 기사님께 감사하고
비를 함께 견디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신영복 선생은 말했다
"같은 비를 함께 맞을 때
비로소 진정한 벗이 된다"라고
나만 젖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같은 비를 함께 맞고 있음을
기억할 때
불편 속에서도
관계는 단단해진다
작은 준비가 큰 차이를 만든다
아침에 우산을 챙겼다면
젖지 않았을 테고
물이 미리 준비됐다면
단수의 고통도 덜했을 것이다
오늘 내리는
무거운 빗줄기 속에서
준비의 소중함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 본다
새롭게 시작되는
9월에도
이 비처럼
함께하는 축복이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