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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Apr 16. 2023

생멸 그 의미에 대해서

죽음을 기다린다는 건


저녁에 어항을 보니 큰 구피 한 마리가 비스듬히 누워 힘겨워한다. 처음엔 수초에 갇혔나 싶었는데 꺼내줘도 힘을 잃고 위로 떠오른다. 그날이 온 것 같다. 구피의 수명이 5년이라지만 작은 어항에서 스트레스받은 구피는 3년쯤 살 것이다. 나와 무려 천일을 산 물고기는 곧 안식을 취할 것이다.


그 옆엔 오늘 태어난 것 같은 새끼구피 무리가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난 기쁨을 만끽하는 듯 활발히 헤엄치고 있다. 난 치어(새끼물고기)를 별도로 분리해주지 않기에 우리 집 구피는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 강한 종만 남게 된다. 대부분 어미일지도 모를 구피에게 먹히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꾸준히 개체가 늘고 있는 걸 보면 독한 넘이 계속해서 나온다.



얼마 후면 수명을 다한 가장 노쇠한 구피가 죽어갈 테고 그때를 기다리며 블루벨벳새우들이 모이고 있다. 마치 하이에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죽어가는 구피를 건져서 처리했지만 이번엔 자체적인 질서에 맡기기로 했다.


같은 공간 속에

어떤 구피는 태어나고

어떤 구피는 죽어간다

또 어떤 새우는 그 죽어감을 기다린다



우리에겐 소중한 3금이 있는데 바로 소금과 황금, 지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모두 같지만

삶의 속도와 색깔은 저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명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누구나 4개의 기둥 사주팔자를 가진다.

술집을 드나드는 양아치와 산부인과 의사의 사주는 여자가 많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술집여자와 연예인 또한  도화살이 많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어떤 사람은 여자를 끼고 방탕하게 살지만 다른 이는 수많은 생명의 탄생을 돕는다. 웃음을 파는 일과 웃음을 주며 추앙받을지는  한 끗 차이다.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인 백범 김구선생은 중인 출신이다. 조선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고 조선말은 특히 부조리함이 더했기에 그에게 기회가 주어질 리 없다. 과거에 낙방하고 좌절하고 있을 때 김구선생의 아버지가  명리, 관상, 풍수에 대한 책을 주셨는데 열심히 관상공부를 한 후, 자기 관상을 보고 좌절하셨단다.

눈도 거지요, 코도 거지요, 입도 거지라 흉하고 천하고 복이 없는 것만 보이지 어디에도 좋은 구석이 없어 이제는 희망이 없구나 싶었는데 '관상불여심상 심상불여덕상(觀相不如心相 心相不如德相, 관상이 마음보다 나을 수 없고, 마음먹음이 덕을 행하는 것보다 나을 수 없다)이라는 그 책의 마지막 글귀는 보고 힘을 내서 독립운동에 헌신한다.




서울역 거지와 김구선생은 배부르고 등따신 거에 관심이 없는 같은 거지 팔자였던 것이다. 운명(運命)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역동성을 인정한다. 거지로 살 지 위인으로 살 지는 그 과정따라 달라진다.


삶을 소모하며 살지 영위하며 살지는

바로 지금에 달렸다.


어릴 적 들었던 이승환 3집 앨범 타이틀 '내게' 시작 내레이션이 생각난다. 그땐 이 말이 어찌나 멋있게 들리던지...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
사랑도 믿음도 그리고 미움도
 나에겐 그랬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죽는 그날까지

막 태어난 물고기들처럼

힘차게 살고 싶다.


물멍이 때론 책 보다 낫다.

讀書 不如 冥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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