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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Apr 14. 2023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자

내 마음이 나와 접속하길 원할 때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독서동호회 다음 주 선정도서라 도서관어플을 찾으니 다 대출 중이길래 어제 두권 다 사 왔다. 1권은 오늘 아침 다 읽고 퇴근 후 2권을 잡았다. 세탁기 빨래 끝날 때까진 있어야 하니 좀 더 볼 수 있다.

쉽게 술술 잘 읽히고 가끔 눈망울에 무언가 맺힌다. 머리에 그려주듯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스토리라인도 탄탄하지만 생생한 묘사가 몰입하게 한다. 작년 가장 많이 팔린 책답다. 요 며칠 "모든 것은 빛난다"를 들고 진도가 안 나갔는데 불편한 편의점 1권은 2시간 정도에 다 읽었다.


그동안 남들이 많이 본다는 책은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 같다. 베스트셀러는 굳이...라는 일종의 지적허영심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 생각이 미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느 날 내게 주어진  브런치의 작은 공간 또한 그랬다. 초반엔 편하게 썼는데 어느 순간 의식하게 된다. 뭔가 잘 쓰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그게 강박이 되어 나를 옭맨다. 사람들이 얼마나 읽었나 라이크나 구독은 어떻게 되나 신경 쓰는 순간 힘이 잔뜩 들어가고 경직된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스쿼시인데 작은 공간에서 상대방의 거친 숨소리를 느끼며 숟가락 면적만 한 작은 공을 향해 몰입하는 순간에 강한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이 때도 부드럽고 유연한 스윙과 경쾌한 스텝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게 지치거나 경기가 꼬여버린다.


문유석 판사가 쾌락독서에서 말하듯 그저 내 손이 가는 데로 즐거운 대로 읽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원래 내가 가진 생각을 덤덤하게 전하는 모습이야말로 자기 고백과 치유의 글쓰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서인지 무언가를 접하면 감정이 요동친다. 더 글로리를 볼 때나 이번 불편한 편의점을 읽을 때 그랬다. 난 카페나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책 읽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하지만 어떠한가. 내가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며 작가에 대한 찬사라고 위로해 본다. 어디 도서관에서 책 보며 손수건을 쓰는 아재가 있으면 혹시 저일지도 모른다. 이게 갱년기의 전초 증상인 건가 싶어 오랜 지인께 상담하니 나는 20대 때도 그랬고 공감능력이 좋아서라며 응원해 준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적절한 반응을 해주자. 아플 때 아파하고 기쁠 때 크게 웃자.


힘을 빼자. 그리고 감정에 솔직해 보자. 그게 가장 나다운 거고 자연스러운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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