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녕'은 어떠신지요

매일에 대한 성의

by Via Nova

퇴근 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소파에 앉았다. 온몸의 힘을 빼고 등을 기대니 아침 출근길에 떠올랐던 '건사하다'라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휴대폰으로 사전을 찾아보니 "자신에게 딸린 것을 잘 돌보아 거두다"라고 나온다. 집안을 돌보고, 화초를 가꾸고, 마음속 꿈을 키우고,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킬 때 막연히 지시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챙겨주는 것. 이 모든 게 건사하는 일이다.


처음엔 건사가 한자어인 줄 알았다. '사는 일 사(事)' 같기도 하고, '세울 건(建)' 혹은 '마를 건(乾)'인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순우리말이란다. 우리 조상들은 이 소중한 돌봄의 행위를 한 단어에 담아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건사하고 있는가.


내게 주어진 책임 아래 있는 일들, 그리고 사람들을 제대로 보살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 챙기고 있을까. 모든 사랑의 시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했다. 요즘 나는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이 감정은 자신감이 아닌 자존감이어야 하고, 이기심이 아닌 자부심이어야 한다. 나를 제대로 건사할 때 비로소 다른 이들도 건사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 소홀하진 않았나. 어제부터 자기 방에 들어가 폐관수련하듯 대화를 단절한 둘째. 오늘 아침 나는 그 아이 방문 앞에서 조금 더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엄마나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넌 언제나 우리의 멋진 아들이라고.


우리 선조들이 기초교양으로 배웠던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돌볼 수 있겠는가.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 말이 생각난다. 수신과 제가는 건너뛴 채 치국과 평천하만 외치는 것 같아서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그 세계를 넓힌다는 것. 그러려면 먼저 자기 자신 앞에서, 가족 앞에서 떳떳해야 하지 않을까.


물방울이 냇가가 되고, 냇가가 강이 되고, 강물은 바다를 이룬다. 건사의 시작도 결국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오늘 아침 둘째에게 건넨 인사 한마디, 출근해서 동료들과 나누는 활기찬 인사 하나, 내게 주어진 일에 성의를 다하는 자세, 퇴근길 부모님께 드리는 문안인사, 잠들기 전 집어드는 책 하나. 허투루 쓰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가 만들어진다.


오늘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가. 그걸 위해 오늘도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 본다. 건사한다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이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