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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Jul 23. 2023

좋은 사회를 위한 우리의 희망

서이초 사건을 통해 본 어른의 역할과 책임


1. 이번 주에 두 아이가 다 방학을 했다. 큰 애가 먼저 하고 금요일에 작은 애가 했는데 당장 다음 주부터 점심 챙길 걱정을 하는 아내를 보니 방학이 됐음이 실감된다. 코로나 때 학교 급식의 소중함을 전국의 많은 맞벌이 가정에서 느꼈을 것이다.


2. 최근 서초구에 있는 서이초에서 25살의 젊은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다른 사실들은 확인이 더 필요하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되는 건 극성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와 간섭이었던 듯하다. 물론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기에 자살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겠지만 이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곯아 터진 것이라고 본다. 나는 학교 내에 사람들조차 저경력교사(초임발령이 서이초임)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보호해 주지 못하고 누군가의 화를 경감시킬 희생제물로 내몬 건 아닐까? 힘든 젊은이가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든 트리거는 내부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행정에서도 특이(악성) 민원이 힘든 것도 있지만 그 민원 편에 서는 상급자나 감사부서가 주는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누군가 그 교사 옆에서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보호해 줬다면 우리가 접하는 극단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3. 자살 장소로 학교 내 공간을 택했던 건 마지막 순간에라도 이 부조리한 현실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수년 전 비슷한 일로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자택이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사건으로 결론내고 순직처리를 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4. 요즘 학교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교사의 권위가 없어졌다고 말하며 그 원인을 대부분 체벌을 금지하는 문화에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나는 이게 단순한 체벌을 허용하냐 안 하냐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교사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권위로 뭉뚱그려 말하는 지위와 유사한 힘이 아니고 수업할 수 있는 권리, 지도자로서 존중받아 마땅할 권리, 개인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 등 좀 더 세분화해서 들여다보고 제도를 통한 해결방안을 찾음과 동시에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도 존중하는 태도에 대한 가정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5. 사실 이런 말을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느낄만한 사건이 최근 우리 집에서 있었다. 두 아이가 사소한 문제로 다툼을 시작했고 양보하지 않고 서로의 입장만을 주장하며 싸웠다. 작은 양보도 모르는 사실이 안타깝고 삶에서 꼭 필요한 배려를 가르치고자 아이들을 데리고 훈육시간을 가졌으나 나에게 아동학대라고 하면서 따지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6. 눈 크게 뜨며 아빠에게 말하는 이 아들이 평소 반항적이거나 이기심이 큰 아이가 아니었기에 나의 충격은 더 컸다. 이번에 학교 선생님이 써준 평을 보면 아이의 학교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OO 이는 차분하고 똑똑한 학생입니다. OO 이는 학급에서 주로 조용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면 적절한 근거를 들어

조리 있게 발표합니다. OO이의 이야기는 논리적이라 설득력이 있어요. OO이가 이야기하면 믿을 수 있다고 표현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급 대의원

으로 뽑히기도 했어요. 또한 OO 이는 수업을 누구보다 귀담아듣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생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날카로운 질문을 하거나 과제에 대한 색다

른 해결책을 제시하여 재미있는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OO이가 지금처럼 학교생활 잘할 수 있도록 가정

에서도 많이 격려해 주세요. 2학기에는 조금 더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도 기대해 봅니다.)


7. 선생님의 애정 어린 이야기를 보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준 아이에 대한 고마움과 대견함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이런 아이조차 감정에 휘둘려서 반항하고 대드는 걸 보면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지도하실 선생님들의 고충이 생각난다.


8. 서이초 사건도 아이들끼리 괴롭힘과 상해에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땅의 교육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한 책임은 우리 어른 모두에게 있다. 모든 부모에게는 자기 자식을 잘 기를 책임이 있으며 그건 함께  살아나가는 방법을 포함한다. 내가 살아가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공동체가 일어서야만 우리도 살 수 있다.


9. 그러기 위해선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고 나부터가 변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서이초 사건이 다시 발생할 것이다. 제도화해서 해결할 부분은 바꾸고 인식개선을 통해 이뤄야 할 것은 문제의식을 갖고 꾸준히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아픈 사건을 정쟁으로 사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정치란 생활을 바르게 살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르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모든 교육의 뿌리는 가정이기에  가정을 먼저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어른으로서 우리의 책무이며, 우리가 나아갈 길이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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