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환철 Jun 30. 2024

애도의 시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즘 저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 장례지원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1 대 1로 밀착케어 하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고 어색했지만, 여러 상황을 함께 하며 이제는 스스럼없이 안부를 물으며 진심 어린 위로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시간은 외부와 달리 멈춰버린 것만 같습니다.


근무 중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육체적 피로나 업무의 압박보다 더 힘든 것은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 사이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일상 속 작은 미소도 지을 수 없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희생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그분들의 안녕을 바라며 며칠씩 집에도 못 가고 한 치의 부족함도 없는 지원을 위해 애쓰고 계신 화성시청, 경기도청, 고용노동부, 국가트라우마센터, 경찰서 등 수많은 기관의 동료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분들이 계십니다. 매일 늦은 퇴근에도 가정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근무자의 가족들도 힘들 것입니다. 아 업무 상 공백을 메워야 하는 사무실 동료들도 있겠네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한 점은 현장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인간에 대한 생각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 그리고 약속을 되새기며, 매일 유가족들에게 온전한 위로와 마음의 안정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겠네요. 언젠간 잘 정리해서 적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별의 슬픔과 싸우고 계신 유가족분들과 정상적인 생활을 돕기 위해 힘쓰고 계신 모든 분들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감사, 삶의 빛나는 필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