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유가족 장례지원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1 대 1로 밀착케어 하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고 어색했지만, 여러 상황을 함께 하며 이제는 스스럼없이 안부를 물으며 진심 어린 위로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시간은 외부와 달리 멈춰버린 것만 같습니다.
근무 중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육체적 피로나 업무의 압박보다 더 힘든 것은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 사이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일상 속 작은 미소도 지을 수 없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희생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그분들의 안녕을 바라며 며칠씩 집에도 못 가고 한 치의 부족함도 없는 지원을 위해 애쓰고 계신 화성시청, 경기도청, 고용노동부, 국가트라우마센터, 경찰서 등 수많은 기관의 동료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분들이 계십니다. 매일 늦은 퇴근에도 가정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근무자의 가족들도 힘들 것입니다. 아 업무 상 공백을 메워야 하는 사무실 동료들도 있겠네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한 점은 현장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인간에 대한 생각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 그리고 약속을 되새기며, 매일 유가족들에게 온전한 위로와 마음의 안정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겠네요. 언젠간 잘 정리해서 적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별의 슬픔과 싸우고 계신 유가족분들과 정상적인 생활을 돕기 위해 힘쓰고 계신 모든 분들의 평안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