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날씨는 변덕스럽다. 방금 전까지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이 갑자기 사라지고, 폭풍우가 몰아치며 하늘은 잿빛으로 물든다. 금능에서 해수욕을 계획했다가 다 접고 이번 여름휴가 중 가장 기대했던 캠핑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사했다. 날이 안 좋다며 가족은 편안한 호텔에 남겨두고, 나 혼자 이곳에 온 것이다.
혼자 있는 이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모든 이는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좋고, 아내와의 대화도 즐겁지만,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큰 행복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텐트 안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는 세상 모든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진정한 행복을 이루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자연의 소리, 맥주 한 잔의 여유, 꼬들한 라면 가닥 그리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인생의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여행의 소득이다. 변덕스러운 날씨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폭풍우도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장애물이 아니다. 인간은 모든 걸 기억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시간만이 머물 뿐이다. 거센 빗소리가 내 감성을 두드린다. 이런 순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선물임을 느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