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노을과 사람, 빛이 어우러진 작품과 마주한 행운
'우물쭈물 살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너무나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 문구입니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메시지를 남기려는 의지도 느껴집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라'는 작가의 마지막 문장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다 보면 주변 시선이 쏠리더군요. 다양한 각도에서 많이 찍어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지나치게 오래 카메라를 잡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평소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아무래도 아는 사람들과 함께일 땐 계속 셔터를 누르는 게 망설여지더군요.
얼마 전에도 카메라를 들고 우물쭈물거린 적이 있습니다. 출장차 방문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떠나기 전 노을이 아름다운 서쪽 해변을 찾았습니다. 과거 대형 실내 수영장이 있던 '수트로 베쓰'라는 장소였죠. 서서히 바다 뒤로 사라지는 태양이 남긴 빛의 장관에 압도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댈 수밖에 없었죠.
저녁 장소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계단으로 이어진 언덕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기에 빠듯한 시간이었죠. 내려갈까, 말까. 이미 충분히 멋진 사진들을 얻었기에 고민됐습니다. 촉박한 일정 탓에 일행 중 내려가는 이들도 많지 않더군요. 빡빡한 출장 일정과 장시간 이동으로 조금 지치기도 했죠. 내려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참 많았죠.
그렇지만 내려갔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언덕 아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거의 뛰듯이 언덕을 내려갔죠. 바다 뒤로 태양이 사라지고 어스름이 지고 있더군요. 언덕 아래에서 노을과 사람, 빛이 만든 작품을 목격했습니다. 노을과 어스름이 어우러진 바다를 배경으로 어둠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 지금까지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이런 구도는 처음이었습니다. 언덕 위에선 상상조차 못한 행운이었죠. 멋진 피사체로 활약한 이들의 칭찬은 제 가슴을 더 벅차게 만들었죠.
만약 제가 귀찮다고 언덕을 내려가지 않았다면, 언제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요? 이날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였을지 모릅니다.
사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경험을 두고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면, 일단 시도하세요. 부끄러움은 찰나지만, 사진과 추억은 영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