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비 없인 축구도 없다

by 샤인웨이
이런 일이 벌어지면 참 난감하다. /출처=Pixabay.

납세와 국방, 교육은 국가가 요구하는 국민의 의무다. 그렇다면 조기축구인의 의무는? 첫째도 회비, 둘째도 회비, 셋째도 회비다.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 차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무일푼에서 시작하는 조기축구 동호회는 회비 없인 돌아갈 수 없다. '축구 그까짓 거 돈 얼마나 든다고 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가 않다. 생각보다 꽤 많은 돈이 든다.

공 한 번 차려면 구장 대관료(2시간 기준)와 음료수 값을 합쳐 10만원은 필요하다.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520만원. 여기에 공, 조끼, 휘슬 등 장비 구매와 회식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더해야 한다. 인원이 충분한 팀이 아니라면 돈 없어서 공 못 차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회비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조축팀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 조축팀 임원진(회장, 총무, 감독 등)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예산 관리다. 만수르 같은 구단주가 나타나 돈 걱정 없이 공 차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꿈에서나 일어난다.

군 전역 이후 10여년간 몸 담은 팀은 늘 회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림동 고시촌을 기반으로 한 팀 특성상 공무원 준비생들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들락날락 하는 회원 비중이 너무 컸다는 것. 시험 합격이나 준비, 포기로 빠져나가는 회원들이 많았다. 회비가 잘 걷힐 리 없었다. 오랜 기간 활동한 회원들만 회비를 내는 불공평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회원들의 이탈과 구장 문제가 겹치며 팀이 해체됐다.

얼마 전 현재 몸 담고 있는 팀의 회비 규정이 바뀌었다. 회비 납부를 일정 기간 동안 중단하는 휴면 제도가 사라진 게 가장 큰 변화다. 모든 회원이 열외 없이 매달 같은 금액의 회비를 내야 한다. 소득 없는 회원만 회비 없이 공 찰 수 있다.

어찌 보면 빡빡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치거나 장기간 경기에 못 나오는 개인 사정을 봐 주지 않겠다는 거니까. 임원진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휴면 제도 운영이 쉽지 않았기 때문. 다행히 모든 회원들이 이번 결정을 받아들였다. 개인 사정보단 팀을 위한 결정에 공감해서였을 거다.


돈 걱정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스트레스를 받아야 오랫 동안 공 찰 수 있다. 지금 속한 팀이 영원하길 바란다면 당장 회비부터 내라. 일년치 회비를 한 번에 입금하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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