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공 차러 모이는 이유는 뭘까. 축구가 좋아서, 또 사람들이 좋아서일 거다. 사람마다 우선하는 가치가 다를 뿐, 공 찰 기회가 적거나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조축팀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래서 축구와 친모도모 사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공 찰 기회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팀원들끼리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는 회식이다. 온라인 소통이 대세라지만 다함께 모여 먹고 떠들어야 친해진다. 이런 말을 하면 꼰대라며 손가락질 당할지 모른다. 괜찮다.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는 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꼰대라면,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회식하기 참 어렵다는 거다. 조축팀 회식은 경기가 끝난 직후나 따로 날을 잡아 이뤄진다. 오전 경기라면 함께 점심 먹고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밥 한끼 먹기가 쉽지 않다. 가족, 친구와 약속 때문에 공 차고 집에 가기 바쁘다. 유부남 팀원들은 특별한 약속이 없더라도 밥은 집에 가서 먹는다. 공 차고 밥까지 먹고 왔다간 남은 휴일이 편치 않다고 한다. 내가 아내라도 소중한 휴일에 나가 공 차고 밥까지 먹고 오는 남편이 얄미울 것 같다. 유부남 비중이 늘어날수록 점심 회식 횟수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허겁지겁 와서 공 차고 서둘러 짐 챙겨 돌아가기 바쁘다.
저녁도 마찬가지다. 각자 사는 동네, 근무시간 등 생활패턴이 달라 회식 날짜 잡기가 어렵다. 최대한 많은 팀원들이 참석할 수 있는 날짜와 장소를 잡아야 하는 임원진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를 찾지만, 그런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수 의견을 따르되 소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매주 보는 사이인데도 인사만 하고 헤어지기 일쑤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통 부족은 축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 찰 땐 평소보다 대화하기 더 어렵다. 팀 경기인 축구는 선수들끼리 서로 독려하고, 때론 질책해야 한다. 대화하지 않으면 각자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 축구와 친목도모를 분리하기 어렵단 얘기다. 서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가치들이다.
얼마 전 종각역 고기집에서 오랜 만에 팀원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근황 토크, 시덥잖은 농담 따먹기, 빠질 수 없는 축구 얘기…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모두들 참 많이 회식을 기다리고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평소 별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팀원들과 좀 더 가까워졌다.
결국 축구도 사람이 어울리는 방법 중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회식 며칠 뒤 경기에 자체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팀원들이 모였다. 역시나 회식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