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축구 상관관계

by 샤인웨이
2018년 기자협회 축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영광의 순간.

"언제까지 기자 할 거야?"


언론사에 몸 담은 지 9년째. 왜 기자가 됐냔 질문보다 얼마나 더 일할 건지 묻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 이렇게 답한다. "일단 축구 우승부터 이룬 뒤 고민하겠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린가. 직업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갑자기 축구 얘기라니. 동문서답처럼 들릴 거다. 축구 전문 기자 입에서 나오더라도 어색한 말이니까. 왜 이런 황당한 말을 했는지 설명하겠다. 설명을 듣고도 '무슨 또라이 같은 소리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기자들은 매년 봄마다 가슴이 뛴다. 기자가 아닌 축구선수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는 매년 4월 또는 5월에 축구대회를 연다. 올해로 47회를 맞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기자협회의 대표 행사다. 올해 대진표를 보니 언론사 54곳이 참가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32개국)보다 참가 팀이 많다.


기자로 일하기 전에는 이런 대회가 있는지 몰랐다. 정식 기자가 된 지 3개월이나 됐을까. 갑자기 편집국 공지로 공 찬다고 모이라는 메세지가 내려왔다. 평소 운동과 담 쌓은 선배들이 공 찬다고? 의아스러웠다. 심지어 퇴근시간 전에 운동장에 모였다. 대회 2개월 전부터 매주 1~2번 모여 공 차고 술마셨다. 그 땐 축구보단 회식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 같다. 만취할 때까지 마셔댔으니 공 차는데도 몸무게가 늘었다. 집에 돌아온 날 보고 "언론사가 참 이상하다. 맨날 공 차고 술만 마시니?"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대회 규모가 훨씬 컸다. 대회 참가를 위해 일산까지 갔고, 선수뿐 아니라 꽤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당시엔 응원단 규모로 사세 확장을 가늠하던 시절이어서 응원단을 강제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말에 열리는 대회는 축구선수가 아닌 기자들은 얼마나 싫었을까. 요즘엔 대부분 언론사에서 강제 동원 악습이 사라졌다.


난 정말 행복했다. 정식 구장 크기에 실제 프로 심판진까지. 조기축구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주말마다 흙바닥에서 뛰던 시절이어서 엄청난 호사로 느껴졌다. 이런 환경에서 선수로 뛸 수 있다니. 좀 큰 운동회라고 생각했던 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때부터 였던 것 같다. 기자를 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한가지 더 생긴 게.


당시 회사에서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했고, 지금 몸 담은 머니투데이에선 8번의 대회를 경험했다. 최고 성적은 지난해 거둔 3위다. 올해는 아쉽게 16강에서 탈락했다. 9년간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풀백, 센터백 등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며 2골을 넣었다. 그동안 축구대회에서 겪은 추억들은 나중에 하나씩 풀어보겠다.


여전히 축구대회 우승은 내 인생 목표 중 하나다. 지난해 우승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더 간절해졌다. 이젠 선수로 뛸 날이 뛴 날보다 짧은 나이가 됐다. 올해 대회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났고, 내년 대회까지 9개월이 남았다. 내년엔 기필코 우승의 꿈을 이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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