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공노할 호날두 노쇼 사태
이 땅에서 공 차는 사람이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터졌다. 타이틀마저 황당한 '호날두 노쇼' 사태다. 수많은 한국 팬을 거느리던 '우리 형'이 한순간에 '느그 형'으로 전락했다. 호날두 팬이었던 나 역시 그를 버렸다. 영원히.
호날두가 누군가. '해버지'(해외축구 아버지) 박지성과 맨유에서 한솥밥 먹던 살아있는 전설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친 축구인들의 영웅. 그런 그가 한국을 개무시했다. 충격적인 금요일 밤 조기축구인들의 카톡방에선 호날두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한국에서 15분 뛰고 욕 먹었던 메시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관련 기사들을 읽어 보니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고된 참사로 볼 수 있을 정도다. 호날두 노쇼 사태로 묻힐 수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불거졌을 뿐이다. 이벤트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촌극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운도 없지…, 그게 왜 서울이냐?!) 최소한의 룰만 적용되는 조기축구에서도 벌어지기 어려운 일들이다. TV로 경기를 보고 이렇게 분노할 정도인데, 국가대표 경기보다 2~3배 비싼 돈을 낸 직관 팬들은 오죽 할까. 현장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호날두에 분노하는 이유는 그가 단 1분도 뛰지 않아서만이 아니다. 한국 팬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프로답지 못한 탓이 더 크다. 경기 당일 5~6시간 전 똥 씹은 표정으로 입국해 팬 사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그와 유벤투스 동료들은 킥오프 시간을 넘겨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벤트 경기가 아니라면 몰수패에 해당하는 행위다. 6만명이 넘는 팬들이 1시간 넘게 기다렸다. 그런데도 호날두는 몸 한 번 풀지 않았다. 경기 중 착용이 금지된 귀걸이를 차고 왔을 때부터 호날두 노쇼 사태는 예고됐다.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 똥 씹은 표정을 유지했고, K리그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과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이탈리아로 돌아가자 러닝머신 뛰고 웃는 사진을 공유하는 완벽한 마무리까지. 골잡이답다. 슛팅 방향이 골대가 아니라 한국 팬들의 마음이었단 게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유벤투스다. 조축인보다 못한 행동을 보인 호날두를 그대로 뒀다. 역대 레전드들이 총출동하면 뭘 하나. 호날두 노쇼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쓴소리는커녕 사과 한마디 내놓지 않았다.
이탈리아 최고 명문이라는 유벤투스의 근본을 살펴보면 비상식적인 일들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유벤투스가 어떤 구단인가. 2006년 단장 주도로 조직적인 승부조작 행위(칼치오폴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2시즌 우승 박탈과 2부리그 강제 강등에 처했다.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 축구판을 뒤흔든 엄중한 범죄다. 그런데도 우승 박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기각당한 파렴치한 구단이다.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결탁이 이제 좀 이해가 간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한 결정적인 계기는 1200만파운드(약 177억원)에 달하는 스페인 세금 탈루 의혹이었다. 호날두는 1600만파운드가 넘는 벌금을 내고 징역형을 피했다. 승부조작과 세금탈루. 세계 최고 명문, 선수의 민낯이다.
경기에 출전한 K리그 레전드 이동국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이제 세계 최고의 선수는 호날두가 아닌 메시인 것 같다."
당분간 그와 같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