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집관'의 매력

by 샤인웨이
KakaoTalk_20190807_224900242.jpg 8월 2일 상암월드컵 경기장. K리그 FC서울 vs 대구FC 경기.


얼마 전 생애 첫 K리그 직관을 다녀왔다. 축구 좋아한다면서 국내 프로축구를 무시하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공 차는 것 못지않게 축구 시청 역시 내가 좋아하는 취미다. 그렇지만 '직관'(직접 관람)을 좋아하진 않는다. 축구 보러 경기장에 간 경험을 다 합쳐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직관보단 집에서 차분히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게 좋다. 뮤지컬, 연극보다 영화 관람을 선호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TV, 인터넷으론 현장의 생동감을 느끼긴 어렵지만, 나만의 호흡으로 축구 시청을 즐길 수 있다. 내게 축구 시청은 액티비티보단 독서에 가깝다.


특히 리플레이는 '집관'(집에서 관람)의 매우 큰 장점이다. 현장에선 리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놓친 장면을 다시 볼 수 없다. 반면 집에선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을 무한 반복하는 게 가능하다. 중계 영상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어떤 전술, 전략이 녹아있는지 혼자서 분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KakaoTalk_20190807_224859316.jpg 8월 4일 영국 FA커뮤니티실드. 맨체스터시티 VS 리버풀 경기.


응원하는 팀이 없는 점도 직관을 즐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FC 서울을 응원하지 않는다. 내 팀이라고 생각한 구단은 퍼거슨과 박지성이 있던 시기의 맨유뿐. 공 차러 갈 때마다 쓰는 모자엔 맨유 엠블럼이 박혔다. 하지만 지금은 맨유를 응원하지 않는다. 맨유 팬이라고 해도 직관가긴 어려운 환경이지만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국내 프로구단 중 애정이 가는 팀이 생기지 않았고, 굳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KakaoTalk_20190807_224859815.jpg 8월 2일 상암월드컵 경기장. K리그 FC서울 vs 대구FC 경기.

하지만 케이리그 첫 직관으로 이런 생각들이 깨지기 시작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팬들,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골이 터지자 환호성을 뒤덮이는 현장, 프로구단만의 독특한 응원구호….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맥주까지! 그동안 집관에서 느끼지 못한 직관의 매력을 느꼈다.


부흥하는 K리그 기운이 내 가슴까지 전해져서일까. 앞으로 더 자주 직관와야 겠다고 다짐했다. 응원하는 팀이 없으니 경기만 있다면 언제든지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앞으로도 굳이 응원할 팀을 찾지 말아야지. 독서와 액티비티 매력을 모두 가진 축구, 이래서 내가 널 사랑한다!


KakaoTalk_20190807_224859606.jpg 8월 2일 상암월드컵 경기장. K리그 FC서울 vs 대구FC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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