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없어도 휘슬은 울린다

by 샤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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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축구는 판정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U20 월드컵에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기적 같은 준우승은 어려웠을 거다. VAR 효과는 분명했다. 심판이 한손을 귀에 갖다댈 때마다 경기 흐름이 끊겨 짜증났지만.


조기축구에서 심판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존재다. 필수가 아닌 선택이랄까. 경기 뛸 선수도 빠듯한 마당에 심판까지 챙길 여력은 없다. 운 좋게 사람이 남으면 상대 팀과 돌아가면서 주심을 본다. 이른바 심판 품앗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위해 선심까지 세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조기축구 심판의 가장 큰 임무는 정확한 판정이 아니라 부상 방지다. 경기가 과열돼다 보면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데, 적절한 선에서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난장판이 된다. 조기축구는 거친 몸싸움이 허용되는 프리미어 리그가 아니다. 축구가 생업이 아닌 조기축구 아저씨들에게 부상은 엄청난 타격이다. 몸이 아픈 것도 문제지만, "또 축구 때문에 다쳤냐?!"는 가족들의 질책이 더 무섭다. 부상과 눈치는 조기축구인들이 그라운드를 떠나게 되는 주된 이유다.



오프사이드잖아요. 오프사이드!


심판이 없거나 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판정 시비가 일상적이다. 비전문가에게 정확한 판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기대다. 오프사이드, 핸들링, 스로인 반칙이 끊임없이 발생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심판이 잘 보지 못했거나 경기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 정확한 판정을 강조하다가 1분에 한 번씩 휘슬을 불어야 할 수도 있다. 운동장에서 뛰는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축구 규정을 잘 모르는 심판이 오심이 남발하면 짜증날 때도 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소중한 경기 시간에 심판으로 뛰는 희생을 감수한 이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나.


가끔 나타나는 다혈질 '진지충'들은 분위기를 흐린다. 반칙 아니냐며 심판에게 소리치거나 과도하게 판정 시비를 건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이에겐 냉철하고 자신에겐 관대하다. 같이 공 차는 사람들은 참 피곤하다. 그렇게 억울하면 정식 심판을 구해오던지…. 심판 없는 경기에서 누가 봐도 반칙인데 끝까지 하려는 진지충들도 있다. 대놓고 오프사이드인 경우 수비수가 손을 들거나 얘기하면 멈추는 게 예의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수 얘기를 무시하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골이 들어가면 같은 팀 선수들도 민망해진다. 진지충 혼자만 좋아한다.


오늘도 동네 곳곳에서 심판 없는 경기가 수백 번은 열렸을 거다. 어딘가에선 판정 시비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벌어졌겠지. 그래도 괜찮다. 심판이 있건 없건, 판정이 맞건 틀리건 공 찰 수 있는 건 큰 행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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