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멍, 구름 멍

<14>하늘과 구름이 선사한 '생각 로그아웃'

by 샤인웨이

가끔 머리 속을 텅 비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생각은 스마트폰 전원처럼 쉽게 껐다 켤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생각의 주체는 분명 나 자신인데, 떠오르는 주제를 내 맘대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사라지지 않는지 알고 싶어도 답을 찾기 어렵죠.


사고의 일시정지, 생각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명상, 달리기, 식사 등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도 있죠. 사람마다 알맞은 방법이 있습니다. 저만의 멍 때리기 방법은 무언가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겁니다. 바다, 하늘, 들처럼 광활한 존재를 바라보면 어느 순간 온갖 잡념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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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대전에서 마주한 하늘이 그랬습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들이 "이제 가을이 왔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살짝 고개를 돌려도 새로운 풍경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포근한 구름 이불을 덮은 하늘은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고개가 저릴 정도로 오랫동안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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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들른 대청호 카페에서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았지만 멋진 하늘과 구름들을 계속 보고 싶었습니다. 시원하지만 시끌벅적한 카페보단 하늘과 구름들과 한 공간에 있고 싶었죠. 잔잔한 호수와 이따금 부는 바람은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했습니다. 금새 고요한 분위기에 취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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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할 땐 수많은 구름들을 쫓으며, 머리 속에 있는 존재들과 비교합니다. 기린 같은 구름, 동전 같은 구름, 얼굴 같은 구름…. 머리 속 비교하기가 끝나면 파랗다, 하얗다 이런 색감만 남죠. 시간이 흐르면 시각적인 생각마저 사라집니다. 그저 바라보고 또 바라봅니다. 문득 이런 착각이 듭니다. '혹시 잠깐 시간이 정지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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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로그아웃'이 필요할 땐 하늘을 바라보세요. 하늘 멍, 구름 멍을 때리면 잠깐이라도 잡념의 숲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비워야 채운다는 말처럼 좋은 생각을 위해선 가끔 머리 속을 텅 비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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