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알프스 절경 앞에서 고민, 잡념 사라지다
'고민'이란 녀석은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를 괴롭힙니다. '오늘 뭐 입지?', '점심엔 어떤 음식을 먹을까?'와 같은 가벼운(어떤 이에겐 가볍지 않은) 주제부터 인생에 관한 무거운 내용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물음표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죠. 지금 고민하는 내용 중 절반은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 없고, 나머지 절반은 이미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고. 이 말처럼 고민은 무상한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고민에서 벗어날 순 없습니다. 어디에서 고민이 찾아오는지 알 수 없고, 떨쳐내려 할수록 찐득이처럼 달라붙죠. 잠시라도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얼마 전 고민을 비롯한 잡념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득한 절벽과 만년설로 이뤄진 알프스에서요. 융프라우와 아이거산에서 마주한 절경은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습니다. 산과 눈, 하늘이 어우러진 압도적인 광경을 말없이 바라봤습니다. 태어나 처음 마주한 절경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살짝 눈물이 고였던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이곳저곳을 멍하니 바라보니 머릿속을 휘감던 고민들이 사라졌습니다. 절경을 오롯이 담기 위해 집중한 나머지 고민할 여유조차 생기지 않았을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고민 역시 살아있는 존재의 특권이 아닐까. 맥락 없이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존재 앞에서 떠올린 '인생무상'의 연장선였을까요.
잠시 고민을 사라지게 만든 마법을 부린 아름다운 풍경들입니다. 아쉽게도 카메라로 거대한 절경을 담기엔 역부족이었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죽기 전 알프스를 찾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눈보다 위대한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