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깨닫다

<16>알프스 절경 앞에서 고민, 잡념 사라지다

by 샤인웨이
IMG_3944.JPG 융프라우 올라가는 길.


'고민'이란 녀석은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를 괴롭힙니다. '오늘 뭐 입지?', '점심엔 어떤 음식을 먹을까?'와 같은 가벼운(어떤 이에겐 가볍지 않은) 주제부터 인생에 관한 무거운 내용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물음표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죠. 지금 고민하는 내용 중 절반은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 없고, 나머지 절반은 이미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고. 이 말처럼 고민은 무상한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고민에서 벗어날 순 없습니다. 어디에서 고민이 찾아오는지 알 수 없고, 떨쳐내려 할수록 찐득이처럼 달라붙죠. 잠시라도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20191125_073148.jpg 아이거산.


얼마 전 고민을 비롯한 잡념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득한 절벽과 만년설로 이뤄진 알프스에서요. 융프라우와 아이거산에서 마주한 절경은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습니다. 산과 눈, 하늘이 어우러진 압도적인 광경을 말없이 바라봤습니다. 태어나 처음 마주한 절경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살짝 눈물이 고였던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20191125_123945.jpg
20191125_123531.jpg
IMG_3707.JPG 융프라우에서 바라본 알프스 산맥.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이곳저곳을 멍하니 바라보니 머릿속을 휘감던 고민들이 사라졌습니다. 절경을 오롯이 담기 위해 집중한 나머지 고민할 여유조차 생기지 않았을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고민 역시 살아있는 존재의 특권이 아닐까. 맥락 없이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존재 앞에서 떠올린 '인생무상'의 연장선였을까요.


20191125_145411.jpg


잠시 고민을 사라지게 만든 마법을 부린 아름다운 풍경들입니다. 아쉽게도 카메라로 거대한 절경을 담기엔 역부족이었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죽기 전 알프스를 찾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눈보다 위대한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0191125_162340.jpg 이 집의 뒷산은 알프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