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한 번 맘 편히 하기 어렵다. 사레가 걸려 콜록댔다간 주변 눈치부터 봐야 한다.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 꺼림칙하고 하루에도 수십번 손을 씻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행사, 축제, 강연, 술자리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중국에서 건너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탓이다.
악독한 바이러스 녀석이 조기축구까지 영향을 미칠진 몰랐다. 지난 주 금요일 갑작스럽게 운동장 대관 추첨일이 연기됐다. 2020년 조기축구 농사(?)를 결정할 운명의 시간이 2주 뒤로 미뤄졌다. 평일 오후에 추첨할 팀원을 어렵사리 구해놨더니 전날 '연기' 통보했다. 신종 코로나 때문이란다. 외부인 수십명이 학교에 들어와 제비뽑기를 하는 게 부담스러워 내린 결정이다. 2주 뒤면 해결될 수 있을까. 그 때까지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
대관 시점이 밀릴 수도 있다. 물론 제비를 잘 뽑아 구장 대관에 성공해야 영향이 있다. 원래 일정은 3월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격주로 일요일에 공찰 수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문제로 좀 더 늦게 대관을 시작할 수 있단다. 당분간 다른 구장을 찾아야 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아직까지 생활체육 도중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나왔단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학교에선 조심 또 조심하려는 모양이다. 어쩌겠나, 받아들여야지. 최악의 시나리오인 '대관 불가'라는 결정이 나오질 않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우리 팀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 국민 5000만명 중 확진자는 25명, 확률로 따지면 0.00005%. 통계적으로 봐도 주변에서 확진자를 마주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지만 제로에 수렴하는 것과 제로는 다르다. 감염만큼 무섭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하게 팀원들에게 물었다. 계속 공 찼으면 좋겠다는 팀원들이 있었고,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물론 대다수는 아무 말 없었다. 고민 끝에 당분간 다른 팀과 매치가 아닌 자체 경기만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팀 선수들의 행적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팀원들은 스스로 위험 여부를 판단하고 자체 관리가 가능하다는 믿음에 기반해 내린 결정이다. 물론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올 거다. 우리 팀원들끼리만 차는 자체 경기의 느슨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지만 적절한지 모르겠다. 부족한 것 같기도 과도한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불안하고 어색한 상황이 하루 빨리 해소되길 바란다. 바이러스 눈치 없이 맘 놓고 공 찰 수 있는 날이 어서 찾아왔으면. '마스크 쓰고 공 차야 하겠네'란 웃픈 농담이 먼 과거의 일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