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인웨이 Mar 18. 2020

일요일 밤 샘나는 이유

/사진=Pixabay.


일요일마다 샘난다.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를 보다가 부럽다 못해 질투심까지 든다. 동네축구에선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훌륭한 운동장에서 정식 심판진까지 갖춰 공차서? 해외 원정훈련을 떠나고, 한국 축구 전설들과 함께 뛰어서도 아니다.


그들이 부러운 이유는 단 하나. 축구할 수 있어서다. 공찬 지 얼마나 됐는지 가만히 따져봤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됐다. 회사 인사로 부서를 옮긴 시기와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의도치 않게 축구와 멀어졌다. 전 세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독려하는 마당에 땀 흘리며 공찰 순 없는 노릇이다.


운동장을 구해놓고도 갈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한 달 전 조기축구 1년 농사(?)를 좌우할 운동장 대관에 성공했다. 큰 경사다. 경쟁률 4대 1을 뚫고 정식 경기가 가능한 인조잔디 운동장을 품에 안았다. 홈그라운드를 구해놓고선 대관 추첨일 이후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운동장을 빌려준 학교가 입장을 허락하지 않아서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운동장 대관이 시작되는 날이 하염없이 밀리고 있다. 어제 개학일이 3월 23일에서 4월 6일로 또 연기됐다. 3월 축구는 완전히 물건너갔다.


뛰지도 못하는데 볼 수도 없다. 발이 묶였는데 눈까지 가린 셈이다. 바이러스가 유럽 대륙을 강타하면서 영국, 스페인, 독일 등 각국 프로축구 리그가 멈췄다. K리그 개막도 무기한 연기됐다. 인생의 낙 중 하나인 '축맥'(축구 보면서 맥주 마시기)을 당분간 할 수 없다.


언제 다시 공 찰 수 있을까. 이토록 절실하게 축구를 생각한 적이 있었나 싶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짜증냈던 내가 한심스럽다. 공 찰 수 있는 것만으로 큰 행복인데, 그 땐 왜 몰랐을까. 축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역시 사람은 몸이나 머릿속이 힘들어야 철든다.


한동안 계속될 축구 결핍은 어떻게 해결하나. 결혼 전 네모난 기계를 꼭 혼수로 장만하라던 유부남 선배들의 조언이 떠오른다. 그들의 선구안을 무시한 내가 원망스럽다. 이제라도 용산으로 달려가야 하나. 일단 아내에게  핑계부터 만들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마스크 쓰고 공 찬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