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을 돌리다 눈을 의심했다. 한 홈쇼핑에서 팔고 있는 전기 면도기에서 익숙한 엠블럼을 봤기 때문이다. 명칭마저 당황스러운 '토트넘 면도기', 홍보 이미지엔 한국의 캡틴 손흥민이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프로 스포츠가 자본주의에 종속된 지 오래라지만, 면도기에 엠블럼을 새겨 팔 줄이야. 대체 무슨 제품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EPL 구단의 굿즈인데 영국에서 만든 게 아니다. 처음 들어본 중국 업체가 만든 제품이었다. (혹시 오해할까봐 밝힌다. PPL 아니다.)
주문을 끌어내기 위해 열을 올리던 쇼호스트들은 "토트넘!"만 쏟아낼 뿐, 제조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해한다. 굳이 '중국에서 만든 토트넘 면도기'라고 말할 필욘 없으니까. 그래도 면도기 디자인이 스포츠카를 닮았다는 황당한 말은 하지 말지. 어딘가에 면도기를 닮은 스포츠카도 있단 얘긴가?
토트넘 면도기를 보니 맨유와 오뚜기의 당혹스런 협업이 떠올랐다. 당시 로빈 반 페르시, 다비드 데 헤야, 아드낭 야누자이 등 잘 나가던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오뚜기 3분 요리를 홍보했었다! 어설픈 한글로 광고문구도 외친 것 같다.
광고를 본 뒤 축구와 3분 요리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광고 덕분에 오뚜기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았다면 힌트를 얻을 수 있었을까. 딱히 그랬을 것 같진 않다.
출장으로 잠시 들렀던 바르셀로나는 FC바르셀로나의 굿즈 천국이었다. 초콜릿, 시리얼, 과자, 음료수 등 마트에 FC바르셀로나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비싼 유니폼 대신 과자를 샀다.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같은 맛으로 내 혀를 공략하진 못했다. 동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흔한 과자였다.
축구팬들의 지갑을 겨냥한 자본주의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발휘될까. 오랫 동안 맨유 팬이었지만 유니폼 하나 없는 내겐 토트넘 면도기 같은 굿즈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다. 완판은 됐을까? 그건 좀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