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일요일의 슬픔

by 샤인웨이
/출처=Pixabay.

비가 올지 말지 애매한 날, 비를 막는 나만의 의식이 있다. 간단하다. 우산을 챙긴다. 내가 우산을 챙기면 비가 내리지 않아 허탕을 치는 날이 훨씬 많아서다. 웃픈 나만의 머피의 법칙이랄까.

공 찰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비가 올 것 같아 안 나가면 내리지 않는다. 지난 일요일이 딱 그랬다.

오전 10시 경기를 앞두고 8시쯤 잠에서 깼다. 굵은 빗줄기가 창문에 부딪치는 소리가 알람 역할을 했다. 전날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거란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굵은 빗줄기가 쏟아질 줄이야.

금세 그칠 비가 아니었다. 다시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호우 예비특보'가 내려졌다. 특보 기준은 모르나 비가 많이 온단 얘기겠지.

고민에 빠졌다. 경기를 취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할 때 자본주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경기장 환불이 되면 취소, 안 되면 강행!

풋살장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경기 일정을 옮길 수 있단다. 오늘 경기를 취소하더라도 조기축구회 재정엔 타격이 없단 얘기다. 그 사이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경기 취소를 공지하고 방바닥을 긁고 있던 중, 왠걸 빗줄기가 서서히 얇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경기를 시작할 오전 10시쯤 되니 이슬비로 바뀌었다.

역시나 난 날씨 운이 없다. 우산 챙겨 공 차러 나갔다면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후회하면 뭐하랴. 이미 선수들은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호자로 거듭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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