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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Dec 26. 2020

도굴 못한 관객의 마음

<리뷰>영화 '도굴'


도굴(2020)

감독: 박정배

출연: 이제훈, 신혜선, 조우진, 임원희


한줄평: 스릴, 반전 모두 역부족


범죄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긴장감이다. 특히 무언가를 훔치는 내용이라면 들킬 듯 들키지 않으면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면 호평이 이어진다. 배우들의 열연과 깜짝 놀랄 반전까지 담겼다면? 명작의 반열에 오른다.


안타깝게도 '도굴'은 익히 알려진 범죄 영화의 성공방정식을 풀지 못했다. 뻔한 스토리와 미스 캐스팅만으로 한숨이 나오는데, 갑작스러운 영웅 미담의 변화구를 던진다. 그 공은 타석을 한참 벗어나 관중석에 꽂혔다.



긴장감 없는 스토리, 평범한 반전


도굴의 스토리는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다. 천재 도굴꾼으로 불리는 강동구(이제훈 분), 도굴 문화재 수집광 상길 회장(송영창 분), 상길 회장의 비서이자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 분)이 벌이는 수 싸움을 풀어낸다. 이성계의 칼 전어도, 황영사 금동불상, 고구려 고분벽화 등 문화재가 이들을 엮는 장치다.


영화를 보면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문화재를 도굴할 때도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액션신은 영화와 관객의 거리만 넓힌다. 도굴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소재보다 뻔한 스토리 전개 방식이 몰입을 저해한다.


영화가 끝날 때쯤 숨겨둔 내용들이 드러나는데, 깜짝 놀라기는커녕 피식 조소가 나온다. 범죄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예측할 법한 반전이기 때문이다.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정도의 반전을 기대한 건 아니다. 다만 이렇게 평범한 속사정을 반전이라고 내세울 줄이야.


아쉬운 미스 캐스팅, 밋밋함에 어색함을 더하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제훈과 신혜선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배역을 맡았다.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제훈은 껄렁껄렁하면서 낙천적인 강동구로 열연했다. 하지만 '고지전', '건축학개론', '파파로티' 등에서 보여준 열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신혜선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차가운 윤실장은 신혜선의 본래 매력이 발휘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윤실장은 강동구와 상길 회장을 연결하는 비중 큰 주연이다. 하지만 어색한 캐스팅으로 캐릭터의 존재감이 다소 옅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만들지 않은 점이다. 영화 중반 잠깐 핑크빛 분위기만 풍겼다 사라진다. 같은 카메라 앵글에 담긴 두 사람은 연인으론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연인으로 포장했다면 미스 캐스팅의 실책이 더욱 돋보였을 것이다. 

주진모(만기 역), 조우진(존스박사), 임원희(삽다리) 등 화려한 조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조연들을 좀 더 조명하면서 볼거리를 제공했다면, 밋밋한 스토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감초 역할이 여럿인데 제대로 쓰지 못했다.


'도굴'을 보다 보면 한국 문화재를 소재로 한 범죄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깨닫는다. '인사동 스캔들'이 명작이었단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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