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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Jan 05. 2021

3박자 갖춘 도청영화, 이웃사촌

<리뷰>영화 '이웃사촌'

이웃사촌(2020)



한줄평: 감동과 재미, 메시지까지 담았다


갖은 폭정이 난무했던 독재정권 시절은 한국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오늘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만연했고, 탄압과 폭력의 과정에서 극적인 스토리들이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웃사촌' 역시 그 시절 비극의 단편을 다룬 영화다. 미국 귀국 직후 가택연금을 당한 야당 유력 정치인 이의식(오달수 분), 가정부 여수댁(염혜란 분)은 그를 '선상님'으로 부른다. 그렇다. 이 영화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줄거리- 낮에는 이웃, 밤에는 도청



자신의 집에 감금된 이의식 옆집으로 이사 온 대권(정우 분), 안기부 도청팀장인 그의 임무는 이의식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 것. 이의식의 대통령선거 출마를 막기 위한 독재 정권의 하명이자 좌천의 늪에서 대권이 빠져나올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다. 대권은 다시 오지 않을 동아줄을 붙잡기 위해 이웃집에 대한 철저한 감시에 들어간다.


철저히 숨어지내려던 대권과 도청팀원들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일로 틀어진다. 그 시절 이웃집 담벼락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처럼 대권은 존재 자체를 숨길 순 없었다. 대권은 감시 대상인 이의식과 자주 부딪치게 되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대권은 본래 임무인 도청에 충실한다. 이의식이 결국 대선 출마를 감행하려는 사실을 도청으로 파악한다. 이를 막기 위해 윗선에선 암살 시도에 나선다. 독재정권의 도청팀장과 이의식의 이웃사촌 중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를 두고 대권은 고민에 빠진다. 둘은 원수와 이웃사촌 중 어떤 인연으로 남게 될까.



무거운 내용을 명랑하게 풀어내다



이웃사촌은 가택연금, 도청, 용공조작 등 무거운 소재들을 명랑하게 다뤘다. 도청팀원들을 허접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곳곳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있을 법한 사건들도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관객들의 공감을 산다. '7번방의 선물'이라는 명작을 제작한 이환경 감독다운 연출이다.


이의식 암살 시도를 기점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급반전된다. 독재정권 시절 비극을 다룬 영화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암살 시도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혼돈에 빠지는 대권의 모습을 그리며, 독재정권의 악행을 부각한다.


이웃사촌이라는 소소한 타이틀을 넘어 격변의 시기의 의미와 슬픔을 전한다.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은 분위기 전환은 갑작스럽다. 하지만 거북하지 않았다. 그동안 잊고 지낸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정우와 오달수의 캐미


영화를 이끄는 정우와 오달수의 연기력과 궁합도 훌륭하다. 상대 배역으로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다소 밋밋하지 않을까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우는 독재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대권을 충실하게 소화했다. 한 배역에서 코믹과 내면 연기를 모두 펼칠 수 있다는 정우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정우가 아니라면 누가 대권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오달수는 영화 초반엔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야당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의식의 무게감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단정 탓이다. 하지만 오달수는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면서도 영화가 명랑한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이웃사촌의 흥행 성적표는 처참하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직전 개봉한 여파다. 감동과 재미, 메시지까지 갖춘 영화가 빛을 못 보고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언젠가 명작으로 재조명 받을 날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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