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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ZE Apr 29. 2022

CQ 헤는 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패러디

CQ 헤는 밤

                                       - DS1TZE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전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전파 속의 CQ를 다 헤일 듯합니다.


안테나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CQ를

이제 다 못 응답하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리그가 다 세팅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CQ 하나에 추억과

CQ 하나에 사랑과

CQ 하나에 쓸쓸함과

CQ 하나에 동경과

CQ 하나에 시와

CQ 하나에 국장님, 국장님,


국장님, 나는 CQ 하나에 아름다운 콜싸인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강습회 때 책상을 같이 했던 동기들의 이름과, 오스카, 찰리, 마이크, 이런 이국 OM들의 이름과, 벌써 1급 자격증 따신 선배 OM들의 이름과, 떠나버린 이웃 OM들의 이름과, 빅터, 로미오, 인디아, 줄리엣, 줄루, '델타 시에라 원', '호텔 리마 투' 이런 콜싸인의 머릿글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공간이 아스라이 멀듯이.


국장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연맹본부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전파가 내린 언덕 위에

내 콜싸인을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콜싸인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안테나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콜싸인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CQ가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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