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앞의 글 심리상담에서 내가 무엇을 해서 화를 극복했는지 기록하지 않았는데 조금 아쉬워서 남긴다.
나는 심리상담 때마다... 엄마욕을 실컷 아주 아주 실~컷 했다. 호호!
(물론 들어주는 누군가 앞에서 감춰둔 것을 꺼내는 시작은 너무나 어려웠다. 어렵게 어렵게 말을 집어 꺼내서 한마디를 평소 목소리로 뱉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어렵게 소리도 질러보고 한단계 한단계 밞아가며 최종적으로 내 추악함을 모두 드러냈다. 그 추악함을 드러내니 정말 후련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를 향한 내 화를 극복했다. )
독립생활 5년 차 즉 공부방 5년 차가 되고 공부방 운영에 슬럼프가 왔다. 정말 열정적으로 운영하며 달려왔는데 자꾸 그 열정은 사라지고 열정만큼 수입이 채워지지 않다 보니 자꾸만 더 운영할 자신이 없어졌다. 사실 사촌동생과 또래아이들을 데리고 초등반을 처음 시작할 때 옆에서 이모가 너무 낮은 수강비를 제시했고, 동네 시세를 잘 모르겠어서 수긍해 버린 나는 이후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입이 아쉬울 때마다 그 생각으로 오랫동안 속앓이를 했다. 초등을 혼자서 처음 운영하다 보니 수강비부터 수업운영까지 경험부족으로 시행착오가 많았고 스트레스로 말이나 행동 실수도 많이 했다. 차가 없을 때는 멀리 개인과외를 다니다가 지치고, 차가 생기고는 이모 소개로 다른 곳에 강의도 나갔었으나 강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겨울에 저체온증이 왔었다.) 아이들 상태도 좋지 않아서 정신적으로 지치는 날도 많았다.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이나 노하우도 알고 싶었지만 가르쳐 주는 곳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쉬고 싶고 도망가고 싶던 어느 날 엄마가 찾아왔다.
그날 엄마에게서 평소와 다른 느낌을 느꼈는데, 일단 엄마는 철퍼덕 자리를 잡고 앉더니 또 아빠 얘기를 시작했다. 결혼기념일인데 아빠가 친구들하고 제주도 여행 간다고 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신세한탄을 했다. 언제부터 둘이 그렇게 친했나 싶었다. 그런데 앉을 때도 그렇고 왠지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빠 얘기로 울먹거리며 징징거리더니 어벌쩡하게 집 얘기로 넘어갔다. 집에 개미가 나오기 시작했다는데 그 얘기가 듣다 보니 너무 심각했다. 음식을 꺼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개미가 꼬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한참 전부터 그랬는데 내가 워낙 연락도 안 하고 방문이 뜸하다 보니 뒤늦게 듣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엄마집에 갈 때 개미퇴치하는 약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엄마도 부담 주지 않으려고 얘기를 안 했던 것 같은데 답답하니 찾아온 것이다. 업체도 불러서 박멸해 보려고 했는데 이 정도 규모면 이미 땅 속에 어마어마한 군락을 이룬 상태여서 땅을 파야 한다고.
엄마가 정말 진절머리 나게 힘들었던 순간은 교회에서였다.
말씀 시간에 지퍼를 열어 오래된 가죽으로 되어있는 성경책을 펼치는 순간 개미들이 우수수 떨어진 것이다. 엄마는 기겁을 하고 밟아 죽이기 바빴다고 한다. 분명히 엄마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이 갔다. 가뜩이나 교회 안에서의 사회적 위신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그 일로 순간 주목을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갔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 창피하기도 하고 신세 한탄으로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온갖 복합적인 감정을 다 느꼈을 것이다. 엄마는 울분이 터졌다. 그 이상의 어떤 요구를 하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알았다.
그건 "니가 나 좀 어떻게 해줘~~~~!!"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날로 동네 아파트를 알아봤다. 사실 내 최종 목표는 이 동네 아파트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아직은 능력이 안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침 참 희한하게도 보증금 오천에 월세 65만 원짜리 희귀한 30평 아파트 매물이 있었다. 매일 모니터하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금액이었다. 바로 부동산에 연락하고 집을 봤다. 16층이었는데 창 밖 풍경을 보자마자 이미 버스 타고 집으로 간 엄마를 다시 불러 한번 더 본 후 바로 계약했다. 창 밖 풍경에 반해서 남편이 의사인 두 신혼부부가 1년동안 그 집 거실 화장실을 얼~~~~~마나 더럽게 사용했는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삿날 화장실을 다시 보니 온갖 종류의 털이 벽 전체와 문에 날려 붙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느닷없이 네 번째 이사를 했다. 엄마네 짐이 들어오고 한동안은 가끔씩 개미가 나왔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