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hinking About

[Thinking about] 춤의 기억

춤추는 것과 자유로움에 대하여...

by 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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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스스로 몸치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생각에 조금씩은 댄스에 도전해 왔다. 헬스클럽과 댄스 학원에서 방송 댄스, 걸스 힙합, 재즈 댄스, 밸리 댄스 등을 보통 2~3개월씩 배우곤 했다. 하지만 실력이 늘어날 만하면 잦아지는 야근이나 이직, 이사 등으로 인해 그만두곤 했기에 별로 진전은 없었다.


그래도 춤을 출 때는 평소에 맛보지 못했던 활기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늘 신입이다 보니 댄스반에서 최하위권이었지만 실력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다른 법이다. 대개 잘 추든 못 추든 춤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예전 코로나 기간 동안 나는 전혀 춤을 추지 않았는데, 2022년 여름에는 휴가 시즌 짧게나마 춤을 배울 수 있었다. 그것도 내가 전혀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로!


여름휴가를 갔던 강화, 푸른 논이 광활하게 펼쳐진 한 시골 카페의 잔디밭에서 나는 아프리카 댄스를 추었다. 땅과 하늘을 보며 움직이고, 씨 뿌리는 장면들을 형상화한 아프리카 댄스를 배우며 모처럼 해방감을 느꼈다.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선생님과 함께 간 사람들의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잔디밭 너머는 온통 초록의 벼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춤을 만났다. 세찬 바람에 키 큰 벼들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풀의 바다를 만난 듯 했다. 파도처럼 일제히 흔들리는 벼들과 함께 나도 자연처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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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댄스를 다 배운 후에는 각자 조금씩 알고 있는 다른 장르의 춤 동작들도 함께 배우고 팀별로 댄스 배틀도 벌였다. 결국 다 함께 또다시 춤을 췄다. 유리창 넘어 카페 안에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우리 일행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춤을 추며 놀았다. 하늘은 흐려서 회색 구름이 낮게 깔려있었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왔다. 거기에 종종 비까지 한두 방울씩 떨어졌는데 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막을 순 없었다. 하긴 오히려 날이 흐려서 여름에 야외에서 활동하기에 좋았는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나마 느껴보는 자유로움과 해방감! 얼마 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인지 몰랐다. 지루한 코로나 기간,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 있으면서 조심 또 조심하며 살아왔던 시간이었다. 긍정적 감정보다는 부정적 감정에 치이는 숨 막히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시간, 자연 속에서 춤을 추면서 모처럼 활기차게 움직이고 그러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해방감은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막힌 것 없이 탁 트인 시야와 초록의 자연, 아는 사람 없이 여행지에서 새로이 만난 사람들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단 한 두 시간의 경험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다시 댄스를 배우러 강화에 가고 싶다. 스윙 댄스나 다른 장르도 좋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댄스를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 이 글은 기존에 써놓은 글을 연희창작문학촌에서 수정 업데이트하여 발행했습니다. 작가들에게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주시는 연희창작문학촌 및 서울문화재단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로 시와 동시를 쓰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에서 여행기와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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