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hinking About

[Thinking about] 내가 받고 싶은 질문은?

질문과 대답이 어려운 사람에게 그나마 편안한 것은...

by 음파
dolls-festival-1235341_1280.jpg


예전에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라는 모 교수의 칼럼이 크게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근황과 행위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크게 당황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심리를 바탕으로 ‘취업, 결혼, 출산’ 등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앞에 내던져졌을 때 ‘추석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정체성에 관한 되물음이 오지랖을 내쫓고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라는 글이었다. 예시가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비슷한 시기에 젊은 세대가 있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추석을 대비한 가격표가 많은 공감과 하트를 받았다. ‘성적이 잘 나왔는지’, ‘학교는 어디를 갈 것인지’ 등 학생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세세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다’라는 기성세대의 질문에 ‘걱정하실 거면 돈 주고 하세요’라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성적 질문은 5만 원, 대학교 어디 갔는지는 10만 원 등 물어보고 나면 많은 용돈을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재미로 올라온 글이겠지만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나는 가격표를 보고 움츠러들었다. 사적인 질문을 싫어하는 듯한 분위기에 아예 물어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했다.


누군가에 대한 질문은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관심과 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내가 너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단다’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질문을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적정한 수준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게 어려워서 종종 그냥 관심이 있는 부분에 대해 말해서 스스로 말을 꺼내게 유도하거나 스몰토크 정도만 했다.


heart-shaped-583895_1280.jpg


그동안 나에게 부담이 없는 질문 중 하나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는지’였다. 그 사람의 취향과 최신 연예계의 인기 트렌드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또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말하면서 반짝이는 눈을 보면 나도 조금은 행복해진다. 반면 별다른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는 사람도 종종 있기에 그런 경우는 ‘좋아하는 게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은가. 나는 30대 후반의 미혼여성이다. 남자친구나 결혼에 대한 질문은 껄끄럽다. 그렇다고 비혼도 아니다. 최근 근황으로는 커리어도 불안정하다. 차나 운전면허도 없고, 집도 갖고 있지 않다. 지금 나이대의 스펙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식집사이고,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며,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 보기와 책 읽기도 좋아한다. 합창과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 자타공인 취미 부자이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질문은 이것이다. 비슷하게는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요?’가 있다.


like-1804599_1280.jpg


Q. “취미가 무엇인가요?”


A. “저는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합창, 음악 듣기, 자전거 타기, 책 읽기, 영화 보기 등이고요. 가장 큰 취미를 말하자면, 합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재 서울시민합창단 등 여러 개의 합창단에 소속되어 있어요. 소프라노 파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알토, 베이스, 테너 등 여러 파트가 어울려 함께 화음을 만드는 합창이 참 매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화음을 만들어냈을 때의 기쁨과 만족감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혼자 하는 활동이 많은 편인데요. 합창을 하면서 사회성도 길러지고 연습 끝나고 식사를 함께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어 사회적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운동으로는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혼자 흥얼흥얼 노래 부르면서 타기도 하고, 배고플 때 한강 라면도 먹으면 꿀맛이에요. 음악 듣기, 독서와 영화 감상은 일상처럼 하고 있는 루틴에 가까워요. 그리고 동네 산책과 풍경/식물 사진찍기, SNS에서 귀여운 동물 사진 보기, 식물에 물 주기 등 소소한 취미로 일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leaves-1076307_1280.jpg


챗GPT 시대에는 훌륭한 대답 못지않게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한다. 질문은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하고 프레임을 정하기도 한다. 좋은 질문을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SNS에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스몰토크 질문 리스트가 많은 공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초면에도, 친숙한 사이에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여러 질문을 기억해 두어야겠다.



* 이 글은 기존에 써놓은 글을 연희창작문학촌에서 수정 업데이트하여 발행했습니다. 작가들에게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주시는 연희창작문학촌 및 서울문화재단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로 시와 동시를 쓰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에서 여행기와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 사진 출처: pixaba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Thinking about] 다정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