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섬, 잠시 쉼
“저희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별 보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졌다. 아침에 내가 한 말과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다. 별을 보러 간다니. 당연히 가야지. 이렇게 오늘 숙박하는 사람들과 함께 별을 보러 밤산책을 떠났다. 바로 하늘의 별이 잘 보인다는 국화저수지가 목적지였다.
국화저수지는 공기도 깨끗하고 주변에 빛이 없어서 그런지 하늘의 작은 별빛도 반짝반짝 빛났다. 서울과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도 별이 훨씬 잘 보였다. 강원도에 있는 천문대 갔을 때 생각이 났다. 물론 거기에서처럼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름휴가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저수지의 한복판에서 함께 간 사람들이 BGM으로 노래를 듣자고 했다. 나는 먼저 익숙한 안녕바다의 ‘별 빛이 내린다’를 틀었다.
“그 밤에 그 밤 사랑하는 사람들 품으로
그 밤에 그 밤 지나간 추억의 따스함 위로
그 밤에 그 밤 어머니의 주름 그 사이로
그 밤에 그 밤 그 밤에 그 밤
따뜻한
별빛이 내린다
샤라랄라라랄라 샤라랄라라랄라
샤라랄라랄랄라 샤라랄라라랄라”
‘샤라랄라라랄라 샤라랄라라랄라’ 이 부분을 들으면 몽글몽글한 어린 시절의 감성이 다시 떠오른다. 귀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이었다. 전체곡은 조금 묵직한 내용인데 하이라이트 부분은 정말 아름답다. 이어 함께 온 분이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이어 선곡하셨다. 최신의 트렌드였다. 누군가에게 ‘함께 별 보러 가자’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시간을 인생의 낭만 페이지에 북마크 해놓고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오면 이 노래를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야, 지금 뭐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어디든 좋으니 나와 가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돌아오는 내내 듣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함께 숙박했던 사람들과 국화저수지에서 별을 본 시간들이 좋았다. 한여름밤의 낭만. 짧지만 이 기억들로 또 일 년을 살아가야지. 여름휴가가 여행의 전부는 아니지만, 쉽게 떠날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연말까지 스케줄이 빡빡했는데 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날 강화의 밤하늘은 아름다웠다.
다음날에는 다소 느긋하게 일어났다. 조금 늦게 일어났어도 이날 아침은 안개가 짙어서 습하고 앞이 잘 안보이는 시야였다. 그럼에도 마지막 날을 그대로 보낼 수 없어 혼자서 아침 산책을 나섰다. 근처에 있는 강화산성 성곽길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갔다. 안개로 습기가 있어서인지 비가 온 다음날의 흙냄새가 비슷하게 나는 듯했다.
“아.. 흙냄새와 새소리가 자연의 느낌이다.”
나는 비 온 다음날의 흙냄새와 풀냄새를 좋아하기에 기분좋게 걸어갔다. 안개로 인해 등산의 보람인 정상뷰는 거의 보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산에 오르는 동안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산중에 혼자 있으니 조금 무섭기도 했다. 다행히도 내려오는 길에 올라오고 계시는 같은 숙박객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돌아올 수 있었다.
짧은 아침산책에서 돌아와서 이제 본격적인 마지막 날의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 예약해둔 워크숍 일정은 바로 강화의 전통시장인 풍물시장 시장투어!
“여기가 풍물시장이구나! 한옥 모양 간판이 예뻐요.”
“네, 얼마 전 새로 달았어요. 시장투어 오시는 분들이 간판 예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시장투어니까 말씀드리는데 제가 시장의 아이돌입니다! 저 따라서 돌아다니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시장의 아이돌이라는 크루님과 함께 한 투어는 정말 알차고 재미있었다. 전통시장을 간지도 오랜만이었는데 크루분의 설명으로 한층 자세히 알 수 있었다. 1층의 젓갈과 음식을 둘러보고 2층에서 화문석과 소창행주를 구경했다. 2층 식당가에서 회를 먹기로 결정하고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원래는 강화의 유명한 밴댕이회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제철이 된 전어가 먹고싶어졌다. 가을전어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지 않던가!
메뉴를 논의한 끝에 전어회와 오징어회, 멍게를 시켰다. 또 새우와 인삼튀김이 있어 그것도 같이 포장해와 횟집에서 함께 먹었다. 인삼튀김은 처음 먹어봤는데 인삼의 향이 그윽해서 몸에 좋을 것 같았다. 가을 전어회의 고소함은 말해 무엇하리! 애초에 집을 나갈 생각이 안 생기는 맛이었다. 나중에 전어구이도 먹어야지.
크루님이랑 시장투어를 같이 다녔던 H님과 셋이 냠냠 먹고 마저 시장구경을 했다. 현재는 웰컴 드링크 쿠폰을 주시지만, 당시에는 아삭아삭순무민박에 숙박을 하면 인천 강화이음카드로 1만원을 주셨는데 그걸로 4개 들이 강화소창행주를 샀다. 하나는 함께 다닌 H님 선물하고, 두 개는 엄마 선물하고 나도 하나 했다. 소창의 느낌이 부드럽고 참 좋았다. 소창을 보니 옛날 외가댁에서 사용하시던 생각이 들어서 반가웠다. 어제 이동하는 길에 강화 소창체험관이 있었는데 이미 마감시간이 다 되어 여러 활동을 해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번에 강화에 방문하면 소창체험관에 가서 자세한 체험을 해봐야지!
마지막 일정으로 철종이 살았던 별궁인 용흥궁에 들렀다. 용흥궁은 조선 후기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살까지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직접 가서 보니 왕의 별궁이라기 보다는 일반 양반가의 기와집 한옥에 가까웠다. 즉 왕이 즉위하기 전에 살았던 ‘잠저’로서 용흥궁이라는 이름 역시 직접 농사를 짓고 살던 철종이 결국 왕위에 올라 ‘용이 흥하게 되었다’ 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는 초가집이었는데 철종이 왕위에 오른 후 강화유수가 기와집으로 고치면서 이름을 붙였다. 일명 ‘강화도령’이라고 불리는 철종은 농민들을 위한 개혁을 하기 원했지만, 신하들의 반발로 인해 뜻을 펼치지 못했다. 상당히 안쓰러운 왕이었다. 흥선대원군 이전 철종의 개혁이 성공했다면 우리나라 역사에 다른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용흥궁을 마지막으로 강화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짧고 길었던 2박 3일 간의 휴가가 끝났다.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해외여행도 갔었지만 이번 강화유니버스에서의 시간이 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환대의 문화와 여행자들이 함께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회고시간, 여러 체험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어서인 것 같다. 혼자 훌쩍 다녀오는 여행보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어 더욱 좋았다. 이때의 좋은 기억은 다시금 강화에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