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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Mar 08. 2023

‘그녀’를 소환하는 일

2022년 봄 즈음의 나는 내 안의 그녀와 마주했었다




1. 멘토 코치님의 말씀을 들으며 코칭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생기는 시간이었다. 코치님은 졸업 후 삶이 많이 달라졌고, 삶의 분기점을 맞이한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무엇이 그녀의 삶을 달라지게 했는지 몹시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그녀는 KCLC를 하면서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하는 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의 코칭 여정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 멘토코치님은 이제 코칭 시험을 일주일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다. 나는 편안하다고 대답했다.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편안하다기 보다는 준비가 된대로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는 무엇이 되었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질문을 했을 때 '편안하다'라고 답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마음을 내려 놓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


3. 오늘 고객으로 만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장면에서 너무 몰입이 되어 코가 시큰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에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잘 빠져나와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코칭을 하다보면 고객과 함께 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이 느끼는 감정이 전이 되는 때가 있다. 전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을 인지하고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4. 코칭이 마무리된 후 멘토 코치님의 제안으로 감정코칭을 받게 됐다. 참으로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수락했고, 짧은 시간 동안 감정코칭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의 감정 낱말을 통해 지금의 감정 상태를 찾아보았는데, 감정의 소용돌이라고 부를만큼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혼재해 있었다. 나는 그 상태를 큰 곰이 내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라고 상상했다.

5. 감정의 소용돌이의 원인을 들여다 보며 내가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나를 소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나는 거침없이 답을 해나갔다. 그녀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직관을 발휘하는 데 뛰어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나의 모습을 반추해볼 수 있었다. 지난 장면 속으로 다시 돌아가 보니 다른 대응을 해볼 수 있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6. 시작할 때의 감정 키워드는 '짜증, 불안, 화남, 불편함, 찝찝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였는데, 그 중 '불편함'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다보니 그 감정의 근원을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진짜로 바라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훨씬 명확해졌다.

7. 코치님은 내가 생각하는 그녀가 이미 내 안에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해 주었다.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은 덮힌 상태여서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이다. 현실의 나는 그녀와 다른 모습이지만 그 모습을 모델 삼아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 같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봄 햇살이 정말 좋아.

지금 당장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는 거 어때?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야겠다.




오늘 잠시 잊고 있던 그녀를 다시 소환해 보았다. 아직 마른 잎을 채 떠나보내지 못한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리고 가지마다 푸른 물길이 올라오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곧 연초록 잎이 마른 잎을 밀고 올라올 것이다.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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