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초 나는 대학생 고객을 만나게 되었다.
좋은 기회에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고 하여 무작정 참여했다.
고객은 나에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전이 되었다.
코칭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고객과 코칭 주제와 목표를 합의함에 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번번이 실패였다.
‘오늘 무엇에 대하여 얘기해 볼까요?’라고 물어보면 항상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글쎄요. 딱히 없어요’
이렇게 되면 당황할 수 있는데, 몇 번의 코칭 경험으로 말미암아 당황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법을 터득했다.
‘그럼 제가 준비한 게 있는데, 그걸 가지고 대화를 시작해 볼까요?’라고 치고 들어간다. 이러면 고객은 대화 속으로 한 발을 들여놓는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코치님! 그런데 저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돼요?’라고 진짜 주제를 치고 들어온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났을 수도 있고, 초반에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를 몰랐다가 마음이 편해지면서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매주 1회씩 2달에 걸쳐서 총 다섯 번을 만났다. 회가 거듭될수록 나는 고객을 점점 더 잘 알게 되었고, 고객도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생들의 코칭 주제는 진로, 진학, 인간관계, 시간관리 등의 주제가 주를 이루는데, 나의 고객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총 5회기에 걸쳐서 처음부터 끝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있었다면 바로 ‘ㅇㅇ다움’이었다. 고객이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나다움으로 외부 세상과 연결하는 것 말이다.
5회 차 코칭이 마무리되면서 우리는 함께 소회를 나눴다. 그녀는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저는 저의 약점을 보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그런데 코칭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약점을 공개하게 되었어요”
“저는 알게 모르게 주변의 평가나 판단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조차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앞으로 부정적인 평가나 판단에 휘둘리지 않을 것 같아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담담하고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첫 코칭부터 마지막 코칭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고객에게 나는 인생 첫 코치로 기억될 것이며, 나에게 고객은 인생 첫 대학생 장기 고객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