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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Mar 23. 2023

나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생각해보니 2년 전에 강사로 구성원 앞에 섰었다. 오프라인에서는 2시간 남짓의 강의를 했었고, 코로나 이후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을 때는 1시간 남짓의 강의로 바꿨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강사로 서는 것이 아닌 과정 운영자로 구성원들 앞에 서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는데,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

강사로 섰을 때는 짧은 시간 안에 구성원들에게 나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같은 회사 구성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그리고 나를 추종(?)하는 동료 구성원 몇몇이 함께해 주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한 것들을 내어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강사가 아닌 운영자로 서게 되니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라인(줌)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꼼꼼히 살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과정을 열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바쁜 시간에 우리는 왜 이자리에 모여있는가를 상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각자의 기대와 맥락을 떠올리며 마음을 열고, 다짐하는 시간.

참여자들을 이끌어줄 강사 소개도 중요하다. 이 강사분들은 참여자의 편에 서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만들어낼 것이다. 강사의 컨텐츠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키워드들이 들어가면 좋겠다. 참여자들은 강사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보다 그 분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리고 그가 가져온 컨텐츠는 강의장을 나가서 바로 써먹을 수 있을만큼 손에 잡히고 파워풀한지일 것이다. 따라서 참여자의 편에 서서 오래도록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라는 것이 잘 표현되면 좋을 것 같다. 조직의 맥락을 알고 요즘 시대의 필요을 적확하게 간파해서 진짜로 간지러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대감이 들만 좋겠다.

이렇게 소개가 끝나고 나면 반쯤 성공이다. 이후부터는 나도 한 사람의 참여자가 되어 전체적인 과정의 구성과 흐름을 따라가면서 경험해 볼 것이다. 따라가기 어려웠던 내용은 없는지, 불편한 지점은 없는지, 몰입을 발행하는 것은 없는지, 참여자들의 역동은 어느 지점에서 일어났는지 등을 예민하게 관찰해볼 것이다.

코칭을 배운지 1년 6개월, 이제 코칭 철학과 개념을 녹여낸 리더 대상 교육과정 운영자가 되었다. 지금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이 코치형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짜리 워크샵과 몇차례의 실전 코칭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그 결과물의 최선은 무엇일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자들의 가려움을 어디까지 긁어줄 수 있을까? 아니 가려울 때 이것저것 방법을 달리해서 스스로 긁어보고 방법을 정교화해 나갈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다가 코칭에 관심이 깊어져서 자격증 취득과정까지 도전해보겠다고 한다면 금상첨화! 어쩌면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 진짜 변화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과거 코칭 과정을 들었던 동료분은 처음엔 뭣 모르고 시작했는데, 코칭 시간이 20~30시간 쌓이기 시작하자 코칭의 효용에 제대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내 역할은 20~30시간이라는 각자의 변곡점을 한 명이라도 더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강사로 참여했을 때 동료가 나의 응원군이 되어 주었듯, 나는 강사와 참여자들의 응원군이 되어 주는 것이 맞겠다. 그럼 나의 응원군은? 운영 업무에 어설픈 나를 도와주는 동료이겠구나!

작년에 내가 기획했던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그 끝을 상상했었다. 마지막날 기분이 어떨지를. 그런데 그 마음은 섭섭함이었다. 함께 글을 썼던 우리들은 서로 너무 끈끈해졌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진짜로 자유롭게 놀았었기 때문에 그 시간과 공간이 그리울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나의 첫 과정이 끝나고 나면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안도감이 들 것 같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마음을, 그리고 그들의 필요를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과정으로 갈수록 나는 더 편안해질 것이고 참여자들 또한 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진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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