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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Mar 30. 2023

그때는 왜 그랬을까?

코칭으로 하는 성찰

버디코칭을 통해 지난 시험에서 불합격 후 다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코치를 만났다. 상냥한 목소리, 힘 있는 어조, 그 안에서 묻어나는 단호함이 있는 분이었다.


한 번의 탈락 경험 후 재도전을 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고객은 이미 실패의 이유를 너무 잘 파악해 놓고 있었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었겠다.

“고객님! 한 차례 불합격을 경험하시고 당혹스러우셨겠지만 이미 다음 시험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다 되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주제를 가져오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렇게 물어보았다면 고객은 진짜 고민, 더 깊숙한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을까? 복기를 해보니 보인다.


고객은 본인의 불합격 이유로 경청, 닫힌 질문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해왔을 터. 나는 코치로써 이렇게 질문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님! 다음 시험에서 합격한다면 고객님의 어떤 강점이 발휘되었기 때문일까요?”

“고객님! 지금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점에 대해서 고객님은 어떤 노력을 하고 계세요?”

“또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 같으세요!?”


고객에게 코치로서의 삶은 그리고 코칭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코 앞에 닦친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고객은 지금의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해오고 있고, 그다음 여정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고객님! 지금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해오신 고객님만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그런 자원을 오늘의 목표와 연관 지어 본다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


이런 의미 있는 질문들을 했을 수도 있는데, 나의 이런 호기심을 막은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 역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누군가의 실패 스토리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이 그 첫 번째겠다. 그리고 그 순간 대체 이 고객은 왜 불합격했을까를 떠올린 것 같다. 그러자 이렇게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사람도 불합격할 수 있겠구나로 연결되었다.

결론적으로 코치로 존재했다기보다는 시험 준비하는 사람으로 존재한 것 같다. 그러니 고객이 궁금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내가 고객이 되어 그분께 코칭을 받았다. 역시나 나의 주제에 빠져 있는 게 아니고 이 분은 왜 떨어졌을까를 생각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역시나 고객으로서의 진지함도 상실했다. 왠지 설렁설렁, 왠지 삐딱한 나를 발견했다. 코치의 프레즌스만 생각했지 고객의 프레즌스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불성실한 고객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고객의 문제가 내 문제가 되는 순간 코칭 대화는 고객이 아닌 나중심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겠구나!

코치다운 코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다운 고객이 되는 것도 중요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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