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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Apr 15. 2023

실기시험, 이 떨림도 다 지나간다(1)

코칭 실기 시험을 보면 본격적인 시연에 앞서서 몇 가지 질문을 받는다. 시험 상황에 적응도 하고 입도 풀라는 배려에서 준비된 것인데,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미친 듯이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인터뷰는 예상 질문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이렇게 떨려서야 고객이 불안해서 답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최악의 상황은 파트너를 잘못 만나는 것이다. ‘이 사람이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작정을 했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화에 불성실한 경우에 해당이 되겠다. 어떤 코치는 블랙리스트에 오를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를 상대 파트너로 만난 사람은 무조건 떨어져서 다들 그 사람을 피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누구와 어떻게 매칭될지 시험 현장에서야 마주하게 되니 걱정을 넘어 공포스럽지 않았을까!


시험 전날 마지막 연습을 하고 난 동료 코치에게 연락이 왔다.

“아. 저 어떡해요? 시험에서 저런 분 만나면 떨어질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하는 그녀는 특유의 밝은 웃음을 잃었다. 그러나 이런 탄식 어린 한 마디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런 빌런(?)을 만나게 된다면 당황하지 말고 나의 갈길을 간다. 별 수 없다’


시험에서는 두 명의 수험생이 번갈아가며 서로에게 코치가 되었다가 고객이 되어 시연을 한다. 시연에서는 순서를 정하는 것도 하나의 변수다. 만약 상대방의 시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첫 번째 순서를, 입이 좀 풀려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번째 순서를 더 선호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먼저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난 호불호가 별로 없었고 하나만 고르라면 나중에 하는 것을 선호했기에 상대가 먼저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기다렸다. 드디어 상대 코치의 음성이 들렸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혹시 제가 고객을 먼저 해도 될까요?”

아! 이렇게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고, 당황했지만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네. 제가 먼저 코치를 하겠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고객이 들고 온 주제에 집중하기로 한다.

‘대체 고객은 어떤 주제를 들고 올까?’

고객은 최근에 기침 가래가 많아졌다며 목 불편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단다.ㅠㅠ

‘아. 복병인 것인가?!’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이럴 때 사용하라며 하사 받은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을 시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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