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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Apr 22. 2023

코치님! 지금 충돌이 생겼어요!

올해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코칭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2월에 걸쳐서 참여했던 경험을 통해서 나는 코치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기억 덕분에 이번에도 고민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대학생들의 경우 태어나서 처음으로 코칭을 경험해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첫인상을 결정짓는 코칭에 책임감이 저절로 생긴다.


첫 만남에서 나는 나의 첫 대학생 고객과의 경험이 어땠는지를 짧게 나눠 주었다. 그리고 코칭이 상담, 컨설팅, 그리고 멘토링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코칭 대화 중 질문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모두 다 답변해야 할 필요는 없음을, 그리고 불편할 경우에는 꼭 얘기해 달라고 미리 말해 두었다.


"제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알고 싶고 확신을 얻고 싶어요"
어떻게 코칭을 신청하게 되었는지를 물었을 때 고객의 답변이었다.

그렇지. 맞아. 20대 때는 시시때때로 불안이 올라오고,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었지.


고객이 가려고 하는 길은 굉장히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조언을 들을 대상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서 고민되는 시간이 더 많았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고객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련 정보를 탐색하고 있었고, 본인의 꿈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꽤나 구체적이고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제가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친김에 3년 후 즈음에는 어떤 모습이 상상되냐고 물었다. 고객은 해외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고, 인턴을 끝마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취업을 할 거라고 얘기했다.

"해외에서 2년 동안 인턴을 하겠다고 하셨어요. 2년 후 인턴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이에요. 고객님은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나누고 있어요. 고객님은 마지막 소감으로 뭐라고 말할 것 같아요?"

"한국 가서 졸업하고 다시 올 거니까, 기다려 주세요."


"네. 그럼 그 말을 들은 동료들은 뭐라고 대답해 줄 것 같아요?"

"얼른 정리하고 다시 돌아와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객은 분명 인턴이 끝나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서 취업을 하겠다고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고객이 놀란 듯이 이야기했다.

"코치님! 그런데 제 안에서 충돌이 일어났어요!"

"그래요? 어떤 충돌이에요?"

"제가 인턴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취업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제가 해외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네. 그러네요. 머리로 생각했던 것과 진짜 원하는 모습과 충돌이 일어난 거군요."


나는  지점에서 굉장히 놀랐다. 우선 미래를 상상해 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상을 평소 해보지 않았다면 떠올리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을텐데, 고객은 너무도 선명하게 미래를 상상해 냈다. 그뿐이랴. 내면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바로 코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생각해 보니 대학생 고객과 코칭 대화를 나눌 때 내 안에서도 배움과 성찰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고객이 자유롭게 사유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데 있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정관념이 생기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마냥 솔직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조금 달랐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말을 내뱉고,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한 편이었다. 어쩌면 코칭 대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신뢰관계 형성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는 느낌이 있다.


이번 고객과의 남은 4차례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또 무엇을 배우고 깨닫게 될까?

기대감이 올라온다.

이번에 나는 고객의 자유로움과 솔직함에 기대어 코치로서 유연하고, 당당하고, 더 솔직해질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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