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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May 08. 2023

실기시험, 이 떨림도 다 지나간다(2)

실기시험을 치른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실기 시험 2주 후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정말 '홀가분함'을 느꼈다.

시험 후기를 들려 달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경험적으로 나는 안다. 합격을 하면  기쁨이  일주일을  간다는 것을.

그러나 불합격을 하면 불편한 감정이 그다음 시험까지 순간순간 올라오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그렇기에 간절하게 합격을 원했고, 결과적으로 합격했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증명된 것처럼 지금은 무덤덤한 상태에  있다.


다시 실기 시험 현장으로 돌아가서...

시작부터 당황스러운 고객의 말을 듣고 나서 코칭 매뉴얼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바로 그 질문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를 통해서 고객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고객은 '목 불편감'으로 시작했지만 얘기를 구체적으로 들으니 그렇게 이야기한 이유가 다 있었다.


고객은 꽤 오랫동안 목 불편감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잘 낫지 않으면서 전반적인 건강관리 상태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노력해 온지 몇 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이고 점차 개선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건강관리 루틴을 돌아보고 점검해 보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했다.


고객의 삶에서 건강 관리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예전처럼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코치로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고객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인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어렵게만 느껴졌던 Being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났다.

저절로 수긍이 되고 저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렇게 잘 되어 가고 있던 와중에 두 번째 복병이 등장했으니, 바로 고객이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아. 죄송하지만 잠시 물을 좀 마셔도 될까요?'

목이 불편하다던 고객이 연신 기침을 했다. 그리고 그녀가 물을 먹는 사이에 평정심을 찾았던 나의 마음이 다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시험 현장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면 많이 당황스러운데, 또 한 번의 도전 앞에 직면한 것 같았다.

평소의 나였더라면 콩닥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괜찮아.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어. 이 정도 시간은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나도 함께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고객이 다시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왔고, 나도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기껏해야 10-20초 남짓의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시 고객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약 29분 정도의 시간에 마무리 멘트를 했다.

"이렇게 코칭 대화를 마무리해도 될까요?"

이 멘트를 날리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네. 좋습니다."

고객의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후련한 마음으로 발표일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시험이라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자격증 하나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시험을 준비하면서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다.


지금 다시 이 질문을 받게 된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코칭 자격증만큼 정직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이다.

이것은 자격증의 공신력, 신뢰성을 의미한다기보다는 그 자격증에 응시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의 힘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MCC 코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KPC에 응시하기 위해서 200시간이 코칭 시간이 필요하고, PCC에는 500시간, MCC에는 2,000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그 시간은 수많은 고객과의 만남, 고객의 스토리, 코치 스스로에 대한 도전과 직면, 그리고 온갖 장애물(?)의 극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객과의 대화 중에 전율하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작동하는 에고 속에 허우적대며 성찰하고 탐구하는 시간도 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자괴감에 휩싸이는 순간도 있고, 고객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감동받고 으쓱해지는 순간도 있다.


이제 앞으로 만날 고객, 앞으로 쌓아나갈 시간의 힘을 믿으면서 다시 한걸음을 내디뎌 보려고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호기심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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