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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Jun 22. 2023

아직 만나지 않은 나의 고객에게

처음 고객님을 소개받았을 때 정말 기뻤답니다. 제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가 따로 시간을 내서 요청해 주었기 때문인데요. 그때는 고객님을 만난다는 기대감보다는 나를 믿고 소개해 준 후배의 마음이 느껴져서 기뻤던 것 같아요.


제가 코칭을 공부하기 전 지인 중에 코칭을 공부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을 가장 친한 친구에게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거든요. 아마도 그때의 마음과 오버랩된 것 같아요.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것, 특히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일이니까요.


코칭을 시작하기 전 처음으로 통화하기로 한 날! 고객님은 통화 대신에 한 통의 문자를 보내왔지요. 퇴사 면담이 늦어져서 통화가 안될 것 같다는 짧은 메시지였어요. 그 짧은 메시지를 들여다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퇴사 면담'이라는 단어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있을까 싶었거든요. 통화가 안된다는 말이 너무도 잘 이해되었어요.


그리고 다시 전화를 주시기로 한 날!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약속한 시간이 넘었는데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어요. 아직 늦은 밤은 아니었기에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는데, 결국 전화는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장문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지요. 한 줄 한 줄 눌러쓴 문자 메시지 속에서 고객님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어요. 긴긴 사연들을 다 담지는 못했지만 행간이 저절로 읽히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약속을 지키는 것을 그 어떤 가치보다 높이 생각하는 저였지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어려운 결정을 하며 마음이 힘든 와중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눌러썼을 진심이 느껴져서 감사함이 컸던 것 같아요.  


고객님이 이야기할 준비가 되면 우리 만나겠지요?

저는 그날을 고대하며, 보내지 않을 글을 적어봅니다.  

감정에 압도당할 때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거나, 그 안에 풍덩 빠지거나, 그것을 폭발시키곤 합니다.

회피하는 것을 택한다면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겠지요. 반대로 그 안에서 허우적댄다면 어느 순간 감정에 잠식당해 버립니다. 에라 모르겠다 폭발시켜 버린다면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겠지요.


그러니 지금 고객님이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을 충분히 느껴주세요. 도망치지 말고, 억지로 누르지도 말고.

그렇게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이미 다음 한걸음을 뗄 준비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 과정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 주세요. 어쩌면 회사에서 벗어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모든 감정의 찌꺼기로부터 해방될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아낌없이 축하해 드릴게요.


참!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고객님은 이미 용기를 내셨어요. 용기는 우리 의식 안에 있는 부정에너지에서 긍정에너지로 바뀌는 분기점이래요. 지금까지 부정적인 감정 속에 휩싸여 있었다면 이제 당당히 긍정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지요! 삶의 변곡점을 맞이한 고객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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